집 근처에 빵집이 얼마전 오픈을 했다. 원래도 좋아하던 브랜드였는데 좀 더 가까운 곳에 오픈을 하게 된 것이다. 빵을 사랑하는 나는 빵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가보았더니 오픈 기념으로 6만원 이상하면 칼 세트를 선물로 준다고 한다. (써져 있기로는 10만원 상당의 칼 세트라는데 설마 그 정도까지로는 보이지 않았다.) 빵을 과연 6만원 어치나 사서 먹을 수 있을까? 싶어 전날은 제일 좋아하는 빵 몇 개만 집어왔었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다. 다시 빵집에 갔다. 평소에 좋아하던 빵을 쟁반 두 개에 나누어서 집어들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갔다. 그런데 이럴수가.. 놀랍게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6만원이 나왔다. 분명 5700원 빵도 있고 하니 끝자리를 맞추려면 무언가 계산을 했어야 할텐데, 어떻게 이렇게 가격이 딱 맞을 수가 있을까? 우연의 결과이겠지만 놀라웠다.
빵 한보따리와 칼 8종세트를 들고 돌아오면서 내 인생의 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초등학교때 어린이날 전날이면 빵을 나누어주었다. 흰색 종이봉투안에 든 단팥빵 한개와 크림빵 한개. 성당에서도 일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 전날이었던가) 똑같이 단팥빵과 크림빵을 나누어주었다. 지금은 돈 주고 잘 사먹지도 않는 빵들이지만(너무 맛있는 빵들이 많아져서) 아직도 그 빵의 달콤했던 맛을 잊지 못한다. 마치 일년 중에 그 하루만을 기다리며 살았던 생각이 든다.
10대 시절의 빵을 떠올리면 이 두 빵이 저절로 생각난다. 보름달은 동그랗고, 노을빵은 직사각형이다. 막내인 나는 초등학교시절 집에 오면 엄마가 집에 계시지 않을 때가 많았다. 엄마는 간식으로 보름달과 우유를 쟁반에 담아두셨다. 나는 빈집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대문 밖에 나와서 쭈그리고 앉아 보름달 빵과 우유를 먹곤 했다. 부드러운 빵의 맛과 빵 사이에 발라진 크림맛이 무서워하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고등학교때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빵은 노을빵이다. 이건 소보루 빵이다. 소보로 빵의 단점은 빵의 겉은 맛있는데, 안을 먹기에는 뻑뻑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빵은 또 얼마나 컸던가. 아니면 추억 속에 기억이라서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 쉬는 시간에 매점에 달려가서 사와서 먹던 추억의 빵이다.
대학시절 나와 함께 했던 빵은 단연 야채빵이다. 야채빵은 쿠킹호일에 다소곳이 싸여져 있다. 양파와 햄 등이 들어가 있는 야채빵은 단연 고가의 빵이었다.지금도 일반 빵집에서 야채빵 (햄이나 베이컨, 소시지가 들어가 있는 빵 포함) 을 사 먹기 좋아한다.
여기는 전에 갔었던 어떤 빵집..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을 정도이다. 한때 만나서 맛있는 빵을 먹으러 다니는 모임을 만들까 생각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