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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Jan 03. 2021

원없이 빵을 먹다


 집 근처에 빵집이 얼마전 오픈을 했다. 원래도 좋아하던 브랜드였는데 좀 더 가까운 곳에 오픈을 하게 된 것이다. 빵을 사랑하는 나는 빵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가보았더니 오픈 기념으로 6만원 이상하면 칼 세트를 선물로 준다고 한다. (써져 있기로는 10만원 상당의 칼 세트라는데 설마 그 정도까지로는 보이지 않았다.) 빵을 과연 6만원 어치나 사서 먹을 수 있을까? 싶어 전날은 제일 좋아하는 빵 몇 개만 집어왔었다. 하지만 참을 수가 없다. 다시 빵집에 갔다. 평소에 좋아하던 빵을 쟁반 두 개에 나누어서 집어들었다. 그리고 계산대에 갔다. 그런데 이럴수가.. 놀랍게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6만원이 나왔다. 분명 5700원 빵도 있고 하니 끝자리를 맞추려면 무언가 계산을 했어야 할텐데, 어떻게 이렇게 가격이 딱 맞을 수가 있을까? 우연의 결과이겠지만 놀라웠다. 


오늘 고른 빵들. 엘리게이터도 너무 맛있고, 명란바게트, 치아바타도 정말 맛있었다. 사진엔 없지만 식빵도 한 개 샀다. 


 빵 한보따리와 칼 8종세트를 들고 돌아오면서 내 인생의 빵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하나, 단팥빵과 크림빵


초등학교때 어린이날 전날이면 빵을 나누어주었다. 흰색 종이봉투안에 든 단팥빵 한개와 크림빵 한개. 성당에서도 일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 전날이었던가) 똑같이 단팥빵과 크림빵을 나누어주었다. 지금은 돈 주고 잘 사먹지도 않는 빵들이지만(너무 맛있는 빵들이 많아져서) 아직도 그 빵의 달콤했던 맛을 잊지 못한다. 마치 일년 중에 그 하루만을 기다리며 살았던 생각이 든다. 


둘, 보름달과 노을빵


 10대 시절의 빵을 떠올리면 이 두 빵이 저절로 생각난다. 보름달은 동그랗고, 노을빵은 직사각형이다. 막내인 나는 초등학교시절 집에 오면 엄마가 집에 계시지 않을 때가 많았다. 엄마는 간식으로 보름달과 우유를 쟁반에 담아두셨다. 나는 빈집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대문 밖에 나와서 쭈그리고 앉아 보름달 빵과 우유를 먹곤 했다. 부드러운 빵의 맛과 빵 사이에 발라진 크림맛이 무서워하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고등학교때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빵은 노을빵이다. 이건 소보루 빵이다. 소보로 빵의 단점은 빵의 겉은 맛있는데, 안을 먹기에는 뻑뻑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빵은 또 얼마나 컸던가. 아니면 추억 속에 기억이라서 크게 느껴지는 것일까. 쉬는 시간에 매점에 달려가서 사와서 먹던 추억의 빵이다.


셋. 야채빵


대학시절 나와 함께 했던 빵은 단연 야채빵이다. 야채빵은 쿠킹호일에 다소곳이 싸여져 있다. 양파와 햄 등이 들어가 있는 야채빵은 단연 고가의 빵이었다.지금도 일반 빵집에서 야채빵 (햄이나 베이컨, 소시지가 들어가 있는 빵 포함) 을 사 먹기 좋아한다. 




 여기는 전에 갔었던 어떤 빵집..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을 정도이다. 한때 만나서 맛있는 빵을 먹으러 다니는 모임을 만들까 생각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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