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것과 책 읽는 것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by 책읽는 리나


며칠 전 <읽는 직업>이라는 책을 보다가 김영민 교수의 글쓰지 않는 삶을 표현하는 구절을 읽었다. (나는 김영민 교수라고 해서 처음에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분인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아닌 것 같아 찾아보니 동명이인이시다. 철학과 김영민 교수이시다. '김영민 교수'라고 네이버에 쳤더니 무려 7분이 검색이 된다. ) '글을 쓰지 않는' 부류가 사는 세상을 '천국'으로 묘사하면서 자신은 그런 천국에 입국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쓰지 않는 부류가 사는 세상이 천국인데도 왜 그런 천국에 입국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 아마도 글쓰기는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글을 쓰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리라.


만약 누군가 나에게 글쓰는 것과 책 읽는 것 중 어떤 게 더 좋냐고 물어보면 처음에는 분명히 책 읽는 걸 고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둘 중 하나를 골라 평생 그것만 할 수 있다고 말하면 두말없이 글 쓰는 걸 고를 것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다른 컨텐츠나 매체로 대체될 수 있다. 물론 정제되어 있는 문장을 읽음으로써 느끼는 기쁨은 누리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책을 못 본다면 영화를 보면 되고, 그도 아니라면 팟캐스트를 듣거나 유튜브를 봐도 어느 정도의 컨텐츠 습득에 대한 욕구는 채워진다.


하지만 글은 내가 쓰지 않는다면 아무도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다. 그러니 글쓰기를 선택해야 한다. 가끔씩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가 생각했던 내용을 글로 먼저 쓴 사람을 발견할 때도 많지만 (그럴 때면 기쁨과 한숨이 교차한다.) 그래도 내 이야기는 내가 가장 잘 쓰는 걸로. 그러니 우리는 글을 써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나온 흔적이 사라지고,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것들을 복원시키고 싶은 마음이 커서이다.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매일 글쓰기를 하게 되면서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의 문제에 천착하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은가? 라는 문제는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질문이다. 한 번에 답을 얻을 수는 없다. 최대한 힘을 빼고 편안하게,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부담없이 매일의 일상처럼 계속 하고 싶다. 나에게 '넌 제발 그만 글을 써' 라고 말 할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만(지금까지 없었던 걸로 보아 앞으로도 없으리라 짐작된다) 앞으로도 매일, 쉬지 않고 글을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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