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글쓰기

by 책읽는 리나


얼마전 정희진의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무엇 때문에 글을 쓰는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저자에게 글쓰기의 원동력이 되는 것 중 하나는 사회적 공분이었다. 나는 사회적 분노의 감정을 글로 표현해내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사회적 정의를 촉구하는 글을 쓸 만한 용기도 별로 없다. 현실 세계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글에서 내본 적이 없는 나의 글은 그래서 대부분 상당히 자족적이다. 내 주변의 세계 사이에서 펼쳐진 일상과 깨달음에 대한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 점에서 나의 글은 지극히 사적인 글쓰기이다. 그래서 부끄러운가? 아니다. 그렇지는 않다. 모두가 다 동일한 글쓰기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런 글을 쓰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글을 읽고 응원과 지지를 보내면 된다.


백일동안 매일 글을 올리면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나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개발해야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글에서 자신의 스타일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때 묘사를 못하기 때문에 글을 잘 못쓴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큰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묘사를 못하는(혹은 잘 안하는) 소설의 대가도 많다면서, 그런 글을 쓰면 된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때 속으로 많이 놀랐다. 나는 묘사를 못하니 소설을 쓸 수 없다 라고 단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굉장히 편협하고 경직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글에 고정된 틀이란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오늘 아이가 내게 라틴어 속담을 들려주었다.자신이 읽던 소설에서 나온 구절이라고 한다. 라틴어는 당연히 기억 못하고 우리 말로 하면 " 말은 날아가버리지만, 글은 남는다." 라는 말이었다. 그렇다. 글은 남아 있다. 이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터이다.


아직은 일상적이며, 사적인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 특별히 가슴 속에 와닿는 말, 아이가 내게 따뜻하게 건네었던 이야기, 피곤한 오후 웃음을 터트리게 했던 유머, 그리고 여운을 남겼던 그 날의 독서. 여러 상념과 의식 사이에서 나는 오늘도 글쓰기로 길을 터 앞으로 나아간다. 이 길의 끝에는 뭐가 있을지,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한 조각의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발을 내딛는 순간이 좋다. 글쓰기가 이끄는 대로 계속 가보기로 한다.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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