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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Jan 09. 2021

아이의 그림


  에너지 넘치는 아들쌍둥이를 집에서만 데리고 있기 힘들어 제일 먼저 시작한 건 퍼포먼스 미술 수업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듣는 건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물감, 밀가루, 모래, 진흙 등을 이용하여 집에서 하기 어려운 활동을 해주는 곳을 선택하였다. 엄마와 단 1시간만이라도 떨어져서 수업을 한다는 기회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퍼포먼스 미술 수업은 2명에서 4명 정도로 반이 구성되기 때문에 쌍둥이 둘만으로도 수업이 가능하다는 장점 아닌 장점도 있다. 그만큼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기는 하다.


  4살때부터 시작해서 초등전까지 다녔는데 지금 보면 큰 아이는 미술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미술 수업 받은 아이 맞아?" 할 정도로 어떠한 영향도 안 받은 듯하다. 작은 아이는 원래도 미술 활동을 좋아했는데 이때 받은 수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리기, 만들기, 꾸미기 등 고루 좋아했는데 그림의 경우에는 살아있는 대상, 사람이나 동물처럼 움직이는 건 그리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사물을 주로 그리고 세밀화를 그리는걸 좋아한다.


  그림을 잘 그린다고 칭찬해주니 그럼 장래 희망은 삽화가가 되겠다고 말을 한다. 물론 커가면서 또 바뀔거라 생각한다. 부모 중에 딱히 미술 쪽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없는데 이런 세밀화나 패턴이 있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뭘 해주면 좋을까 고민이 되어 주변에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하신 분들께 물어보았다. 예상치 못하게 책을 많이 읽고, 경험을 많이 하게 해주라는 조언을 들었다. 


  아이들이 5살때 일산으로 이사를 와서 미술학원을 찾다가 남아들만 다니는 학원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좀 먼 편이라서 다니지는 못했지만 그 때 학원을 운영하시는 저자분의 책을 읽게 되었다. 당시 큰 아이가 미술수업시간에 계속 빨간색으로만 그림을 그리고 빨간 옷만 입기를 고집해서 힘들던 시기였다. 그 책에는 검은색으로만 그림 그리는 남자아이의 사례가 나왔는데 못하게 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냥 내버려두면 지나간다는 말이 나왔었다. 그래서 나도 그냥 두었는데 실제로 얼마 지나지 언제 그랬냐는듯이 지나갔었다.  


 반면 작은 아이는 지금도 그림을 그린다. 그림만 그리는 건 아니고 다른 만들기 활동도 좋아한다. 아이의 그림 몇 장을 올려본다. 



아이의 그림  중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다. 내가 하는 독서모임 이름 중 하나가 '다독열차' 이다. 아이가 이 이름에 맞는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하면서 그린 그림이다. 


열차 안에 책이 가득하다. 두번째 칸에 매달려 있는 것은 책의 씨앗이다. 화분 속에 책의 씨앗이 들어있고, 그 화분에서 씨앗이 자라나 책나무가 되어 책이 주렁주렁 매달리게 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책들도 있고, 시리즈로 된 책들도 있다. 



기계 심장을 생각해서 그렸다고 한다. 




이건 게의 집게발을 그렸다. 



이건 물 속에 있는 도서관의 모습이다. 


    매년 물의 수위가 높아져서 잠기고 있다. 안 잠기는 책을 읽기 위해서는 계속 위로 올라가야 한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볼 때마다 신기할 때가 많다. 그림을 그리면서 대상에 대한 관찰을 통해 생각의 깊이도 확장되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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