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를 제출해야 해서 아이의 노트를 펼치게 되었다. 그런데 내용보다 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갈겨써서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단어가 한둘이 아니었다. 절로 잔소리가 나온다. “글씨를 왜 이리 흘려 썼어?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어렵잖아?”
아이는 왼손잡이이다. 왼손으로 밥을 먹고, 글씨를 쓴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불편한 점이 있다. 먼저 쓴 글자가 왼손에 가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앞에 쓴 글자가 보일 수 있는 각도로 종이를 기울여서 쓰게 된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글씨를 또박또박 쓰기보다는 빨리 쓰려고 하다 보니 더 흘려 쓰게 된다.
이전에는 왼손을 쓰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왼손을 쓰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세상이 모두 오른손잡이에게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컴퓨터의 엔터도 오른쪽에 있고, 화장실의 변기 버튼도 오른쪽에 있다. 문의 손잡이가 열리는 방향도 오른쪽이고, 지하철을 탈 때 카드를 찍는 곳도 오른쪽이다. 스포츠용품이나 악기 등도 대부분이 오른손잡이에 맞추어져 있다. 물론 최근에는 왼손용 가위, 왼손 야구글러브, 왼손잡이용 악기 등 여러 물품이 나오기는 하지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에게 왼손을 쓰지 말고 오른손을 사용하라는 말을 해본 적은 없다.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쓰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글씨라고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 네 글씨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써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예전만 해도 왼손잡이는 교정의 대상이었다. 학교에 들어가면 억지로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교정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왼손잡이를 비정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억지로 왼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지는 않지만, 아직도 학교에 들어가면 오른손을 쓰라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도 왼손잡이가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거나 고쳐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수에게 맞춰야 한다고 강제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거나 단일한 기준과 잣대만이 통용되는 사회가 아니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