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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Dec 29. 2020

박학다식, 둥이 1번


  얼마전 안과 정기검진 때문에 둥이 1번과 세브란스 병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  오랫만에 단 둘이 차를 타고 가다보니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무에 관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아이가 꽃과 나무에 대한 여러 지식을 들려준다.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이다. 신기해서 "이런 내용들은 어떻게 알게 되었어?" 라고 묻자 "책을 읽으면 다 알 수 있게 돼요." 라고 답한다. "그래? 나도 매일 책을 읽는데 이런 내용들은 처음 들었는데?" 라고 하자 "그러니 과학이나 의학책 등의 책을 읽으셔야죠." 라고 한다. 음... 그러고보니 다양하게 읽는다고 말은 했지만 여전히 소설이나 인문학 위주의 독서만 하고 있었구나 싶다. 그래도 식물학에 대한 책도 아주 가끔은 읽는단 말이야.


 대화는 자연스럽게 미신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네가 알고 있는 미신의 종류는 어떤 게 있어?" 라고 물어보았다. 아이는 비파나무에 대해 들려준다. 옛날 사람들은 데거나 다쳤을 때 비파나무 잎의 즙을 내서 상처에 발랐다고 한다. 아이가 옛 말에 "비파나무는 환자의 울음소리를 듣고 자란다" (?생전 처음 들어본 속담이다) 라는 말이 있다면서 비파나무 한 그루만 있어도 그 집 사람들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비파나무의 열매, 씨앗, 잎 등의 의학적 효과에 대한 내용이 한가득이다. 지금도 비파나무는 의학적 용도로 사용하나보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비파 열매가 악기인 비파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비파나무라는데,  잎이 고무나무 잎처럼 크고 윤기가 흘렀다.  


 <동의보감>에는 비파 열매가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고 “폐의 병을 고치고 오장을 윤택하게 하며 기를 내린다”고 설명해놓았다. 비파 열매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이 있어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비파 잎은 진해와 거담에 좋은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비파 잎을 불에 볶은 후 꿀이나 생강즙을 더해 달여 마시면 기침을 멈추게 하고 가래를 완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비파나무도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비파나무는 약나무 중에 최고로 대접받는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에는 온실이나 화단에서 나무들의 잎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막내여서 집에서 혼자 있을 때가 많았던지라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놀아야 했는데 나무나 꽃을 바라보는 일도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개미나 곤충들을 들여다보거나나무의 잎이나 열매를 들여다보면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았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오랫동안 이런 시간들을 잃어버리고 살았구나 싶다.  



  아이는 책이나 신문에서 본 내용을 굉장히 실감나게(?) 전달해주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농담으로 '걸어다니는 네이버' 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모르는 게 있으면 둥이 1번을 불러서 물어보곤 한다. 공부에는 별 취미가 없고 수업시간에 멍 때리고 있다는 선생님들의 평가를 받는 아이가 아는 것은 참 많다. 언젠가는 공부에도 취미를 붙이게 될까?


 

학교에서 롤링 페이퍼를 했는데 지식이 많다는 평가를 주로 받았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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