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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Nov 25. 2020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란 누구일까?

생떽쥐 페리 <어린 왕자>

  

아이가 어릴 적 했던 말 중 유독 기억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그 맘 때의 아이들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말을 해서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요.  생각지도 못한 말이어서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어쩌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마음에 들었던 경우도 있습니다. 동네 어른들께 ‘언어의 마술사’ 라는 호칭까지 얻었던 쌍둥이 중 큰 아이의 언어감각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습니다. 여섯 살 무렵에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제게 다가와 귀에 대고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엄마는 백점 만점에 천 점 엄마예요” 이 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핫팩 열 장을 한꺼번에 가슴에 붙인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예민하고 자주 아픈 편이라 힘든 날이 참 많았는데 그동안의 어려움이 한 번에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엄마는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여주었습니다. (아, 지금은 말도 참 어지간히 듣지 않는 시기가 되어버려서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ㅎ) 






 소중한 존재란 어떤 존재일까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어린 왕자』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중학생 때였습니다. 좋아했던 교생 선생님이 계셨는데 떠나시면서 제게 이 책을 선물로 주시더군요. 감사한 마음에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서의 벅찬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 날부터 종이에  어린 왕자의 모습을 그려  벽에 붙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어린 왕자』 를 펴들었습니다. 이 소설을 생텍쥐페리가 쓰게 된 유래가 흥미롭습니다. 당시 뉴욕에 체류 중이던 생떽쥐페리는 출판가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냅킨에 낙서처럼 아이의 모습을 그렸다고 합니다. 출판가는 그림을 보고 크리스마스 전까지 이 아이를 소재로 동화를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생떽쥐페리가 이 소설을 쓰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어린 왕자는 B-612라는 소행성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린 왕자가 바오밥 나무의 싹을 캐거나 석양을 구경합니다. 해줍니다. 가끔 화산을 청소해주기도 합니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서 싹을 틔운 장미꽃과 살다가 다투고는 철새 무리를 이용해 이 별 저 별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가 첫 번째 방문한 별의 주인은 늙은 왕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행성을 뒤덮을 정도로 긴 코트를 걸치고 있습니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누구든지 신하로 여기는 그는 정작 주변에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무척 외로워합니다. 두 번째 별의 주인공은 허영심 많은 남자입니다. 그는 멋진 옷과 모자를 차려입은 신사이지만 오직 자신을 찬양하는 말에만 반응하며, 박수를 받으면 모자를 들어 올리며 답례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세 번째 별의 주인은 술주정뱅이로 언제나 술에 취해있습니다. 어린 왕자가 술꾼에게 왜 술을 마시냐고 묻자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어린 왕자가 무엇이 부끄럽냐고 묻자 자신이 부끄러운 이유는 술을 먹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 대화는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어른들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네 번째 별의 주인은 사업가입니다. 그는 책상에 앉아서 자신이 소유하게 된 별들을 끊임없이 세는 일만 합니다. 그 많은 별을 소유한다고 해서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묻는 왕자의 질문에 사업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합니다.



 어린 왕자는 여러 별을 다니다가 지구로 오게 됩니다. 어린왕자는 사막에서 여우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별에 있는 장미꽃이 자신에게는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이 달라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묘미 중의 하나입니다.  여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고, 4시가 가까워지면 점점 더 행복해진다"고 말하지요.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나서  『어린 왕자』의 내용을 어떻게 이해할지 궁금했습니다. 여우가 말한 서로를 길들이게 되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어 물어보았더니 의외로  잘 이해하고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어린 왕자』의 이야기에는 소중한 관계에 대한 핵심적인 설명이 들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마음으로 보아야 하며 다른 대상과 관계를 맺을 때는 내 삶 속에 있게 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맺는 관계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존재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왕자와 장미꽃의 관계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어린왕자는 지구에서 장미를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 장미가 소중한 이유는 내가 물을 준 꽃이고,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주고 벌레를 잡아준 꽃이기 때문"이라고요.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도 들어주고, 때로는 침묵까지도 들어준 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관계를 맺어야 나에게 특별한 장미가 될 수 있겠지요.  수없이 많은 예쁜 지구의 장미들이 어린 왕자의 장미가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누군가와 특별한 관계가 되려면 마음과 정성을 다하고 공을 들여야 합니다. 이런 후에야 소중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음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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