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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Jan 20. 2021

모임에서 들었던 말 중 정말 좋았던 말들


 그동안 모임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말들이 참 많았다. 지금까지도 함께 모임을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제는 만나지 못하는 분도 계시다. 그 중 모임에서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나는 말을 적어본다. 오래 전 기억들을 꺼내어보는 거라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억들을 더듬어 적다보니 그 시간, 그 분들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온다.



1. "무엇이 그렇게 힘드세요? (온** 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13. 5)



 우울증을 주제한 모임이었는데, 온전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우울증에 빠져 있는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라는 문제에서 일단은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부로 이해하려 하거나 무언가 평가나 조언을 해주려 하지 말로 그냥 온전히 들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당신이 옳다>의 충조평판 하지 말라 와 일맥상통한 이야기이다. 이미 들은 이야기라는 게 놀랍다)


 온**님이 해주신 이야기, 어떤 사람이 자살하려는 사람의 등을 안으며 한 마디 했더니 그 사람이 자살하려는 시도를 그만두었는데 그 이야기는 "무엇이 그렇게 힘드세요?" 라는 말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사람이 자살을 하기 위해 건물의 옥상 위에 올라가 있는 상황이었다. 뛰어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구조할 사람들이 출동했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그 순간 어떤 사람의 말이 뛰어내리려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그 말은 "무엇이 그렇게 힘드세요?" 라는 질문이었다. 아무도 그 사람에게 왜 그러냐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그 이유를 물어주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는 원한다는 점이다. 아무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의 절망감이란 얼마나 나를 외롭게 만드는가.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아무런 편견 없이, 어떠한 평가 없이 순수하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2. 20대 보는 풍경이 다르고 30대 보는 풍경이 다르다. 그 나이때마다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다. (웨**님/ 힐링 독서모임/2015)


 웨**님이 들려주셨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말들이 참 많다. 합리적이고 따뜻하며 항상 고맙다고 말씀하셨던 시어머님의 일화들이 아직도 많이 생각난다. 저 이야기는 여행에 대한 말씀이셨는데, 미루지 말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을 그 순간에 누리라는 말의 취지였다.


 "현재를 즐겨라." 라는 말은 모임에서 항상 많이 나오는 주제의 내용인데 실제로 우리는 현재를 즐기면서 살기가 쉽지 않다. 내일을 걱정하느라, 지금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들도 많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다 준비되는 순간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3. 다람쥐가 먹을 도토리는 남기고 와야 한다. (은* 님/ 2016년 힐링 독서모임)


 힐링 독서모임에서 뵈었던 은*님은 진중하고 생각이 깊으셨던 분이시다. 부모님의 사시는 모습을 보며 영향을 많이 받고 자라셨는데, 특히 아버님의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 깊은 감명을 많이 받곤 했다. 아버님은 검소하시고,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셨다고 한다. 물질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으신다는 아버님의 성품에서 배울게 많았었다.


 어느날 산에 가셔서 도토리를 주워오시는데 나무에서 도토리를 다 따시지 않고 많이 남겨두시는 것을 보고 아버지께 물었다고 한다. 아버님은 다람쥐가 먹을 도토리는 남겨두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는데, 이 말이 주는 따뜻함이 아직도 기억난다. 칼 세이건의 책을 읽으며 이 지구안에서 인간이 다른 생물들과 공존해가야 함을 말하곤 하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 들었다.


4. 15년의 육아 걱정을 짊어지고 살아가지 말고, 오늘 하루만 생각하고 잘 해나가자. (아***님 / 2015년 나를 찾아가는 여행 )


 힐링 독서모임은 유독 성격상 육아휴직을 하셨던 분들이 많이 참여하셨다. 아***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을 그만두셨다가 다시 복직하시면서 모임에는 나오지 못하게 되셨다. 고민도 많으시고, 열정도 넘치셨던 모습이 항상 생각난다. 밤마다 하루 일과를 생각하며 자기성찰을 많이 하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아이들에 대해 너무 많은 걱정을 하지 말고 하루치만의 걱정만 하고 잘 해나자고 말씀하시던게 기억이 난다. 불필요한 것들을 삶에서 가지치기 하자는 주제의 모임에서 하신 말씀이다.


5. "작은 것들을 여러번 챙겨주자" (유**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2013)


유**님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부터 그 이후 힐링 독서모임이나 재테크 모임에서도 몇몇 더 뵈었는데, 지금은  함께 모임을 하고 있지 않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모임 당시에 들었던 말들 중 기억나는 말들이 너무나 많다. 모임하면서 자주 언급을 하던 이야기중 아버님이 들려주셨던 이야기가 있다. 


 아버님은 마인드 컨트롤 같은 방식으로 자식에게 무한 신뢰의 말을 자주 하곤 하셨는데, 그 중에 이런 일화가 있다. 유**님은 어릴 적 얼굴이 까무잡잡한 편이라 얼굴이 희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곤 했다. 아버님은 네가 20살이 되면 얼굴이 하얗게 될 거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정말로 20살이 되자 얼굴이 하얘졌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떠오르는 내용이 있다. 조남호의 <엄마 매니져>라는 책에 보면 자신이 어떻게 수능을 만점 받아서 서울대에 입학했는가에 대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전혀 공부를 하지 않던 자신에게 엄마는 항상 너는 좋은 점수로 서울대에 갈거라고 매년 말했고, 실제로 성적이 그다지 드라마틱하게 오르지 않아 긴가민가 하였는데 정말로 수능보는 날 만점을 맞았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 두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인 것은 아이를 믿어주는 것에 대한 힘이다. 대부분 우리는 아이를 잘 믿지 못한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의심에 찬 눈초리를 보낼 때가 많다. 그런데 아이는 우리의 걱정과 달리 생각보다 더 잘 할 때가 많다. 아이에 대한 믿음이 없어질 때마다 저 일화를 떠올리곤 하였다.


 그 밖에도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냉장고와 인터폰 옆에 작은 메모를 붙여놓았다는 내용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큰 배려보다는 작은 친절을 여러번 베풀려고 노력한다는 이야기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작은 것들을 여러번 챙겨주자 "라고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고 한다.


6. "여자아이는 이해를 하고 남자아이는 외워라" (헵*님/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가족관계에서 형성된 나의 역할이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아들을 키우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엄마인 나와 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을 이해하려면 할 수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애초에 이해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7. "공간을 비워두면 내가 원하는 것을 새롭게 채워넣을 수 있다." (행**님/ 힐링 독서모임)


 독서모임을 통해 만나뵈었던 분들중 행***님은 자기 색깔이 아주 강한 분이셨던 걸로 기억한다. 불교에도 심취하셨던 분이신데, 굉장히 기억에 남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다. 카르마 이야기도 이 분을 통해서 처음 접했다. 법구경의 "원경은 풍경이고 근경은 전쟁이다" 라는 말은 듣는 순간 강하게 마음 속에 박혔던 말이다.


 폐경을 완경이라고 하고, 완경을 기쁘게 받아들여라 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힐링 독서모임의 첫 주제는 "버리기" 였다. 이 날 행***님은 버려야만 창조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공간을 비워두면 내가 원하는 것을 새롭게 채워넣을 수 있다 라고 했다. 이날 결국 내가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 잡동사니들은 과거에 대한 집착들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만큼의 물건들을 지니는 것으로 내 물건들의 양을 줄여봐야겠다는 다짐을 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나 아직까지 여전히 집 안은 정리할 물건들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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