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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Jan 22. 2021

사진 한 장에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여성들

이금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조선인이 미국에 처음으로 건너간 건 1903년 하와이의 사탕 수수 농장으로 일을 하러 가면서부터였습니다. 그 후 더 많은 사람들이 조선에서의 생활 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하와이에 도착했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뙤약볕과 채찍을 휘두르는 관리자 밑에서 사탕수수농장에서 노예처럼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배우자 없이 혼자 온 경우가 많아 1910년부터 1924년 동양인 배척법안이 통과할 때까지 ‘사진결혼’이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진결혼'이란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 여성이 하와이 재외동포와 사진만 교환하고 혼인했던 풍습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신랑들은 젊었을 때의 사진을 보내거나, 직업과 재산을 속이기도 했습니다. 조선의 중매쟁이는 신랑감이나 하와이의 상황에 대해 과장된 말을 하기도 했지요. 여자도 공부를 할 수 있고, 신분 차별도 없으며 돈을 벌어서 조선에 돈을 보내 줄 수 있다는 말에 가난한 젊은 여성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또는 공부를 하기 위해 하와이행을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하와이에 도착을 해서 막상 남편들을 만났을 때는  실상을 알고 눈물을 흘리는 신부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진 신부로 간 여성들이 무려 약 6백 명에서 1천여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사진 신부로 인해 한인사회의 문제점이였던 남녀 성비의 불균형도 해소되면서 가정을 가진 남성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 후 이민 사회가 정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금이 작가는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 책의 한 사진을 보며 이들의 삶을 궁금해 하였다고 합니다. 책에 보면 흰 무명 치마 저고리를 입은 세 여성이 각기 양산과 꽃, 부채를 든 채 사진을 들고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 이들이 바로 사진 신부입니다. 작가는 소설에서 이 세 여자에게 이름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그립니다. 이 소설은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세 명의 여성 주인공들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경상도 김해의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열여덟 살 버들이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어머니는 혼자서 버들과 남동생을 키워 냅니다. 버들이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과 달리 학교에 가지도 공부를 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매쟁이가 사진결혼을 권합니다. 하와이에 가면 못한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에 버들이는 결심을 하고 친한 친구 홍주, 송화와 함께 태평양을 건너갑니다. 홍주는 결혼하자마자 남편이 죽어 과부로 친정에 와있다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하와이행을 선택하였습니다. 무당 금화의 손녀인 송화는 엄마 옥화가 죽은 후 무당의 손녀로 살아봐야 멸시만 당하고 살 게 뻔하기 때문에 하와이 행을 택합니다.


 막상 하와이에 도착해보니 홍주의 남편은 사진보다 스무살은 더 늙어보입니다. 송화는 게으르고 술주정이 심한 남편을 맞이합니다. 버들은 스물여섯살의 태완을 만나지만 첫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던 태완은 버들에게 마음을 쉽사리 열지 않습니다.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버들과 송화, 홍주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줍니다. 하와이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은 한인 사회에서 조국의 소식도 듣고, 조국을 위한 단체도 가입하고 독립자금 모금을 합니다. 먼 타국에서 살아가지만 조국을 잊고 살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책의 한 문장


어디서나 흔히 들을 수 있는 ‘알로하’라는 말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었다. 배려, 조화, 기쁨, 겸손, 인내 등을 뜻하는 하와이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었다. 그 인사말 속에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며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하와이 원주민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했다.p. 365


한 줄 평


외로운 타지 생활에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세 여성의 삶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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