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한 편
초등학교 때 있었던 일이다.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버지가 나를 부르셨다. 방으로 들어가니 아버지는 내게 식칼을 가져오라고 말씀하셨다. '자고 일어나셨는데, 왜 식칼이 필요한 걸까?' 암만 생각해도 이상하다.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은데, 아버지는 성격이 급하시고 화를 잘 내시는 편이셨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다시 묻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식칼은 아닐텐데, 뭘까..
용기를 내서 다시 한번 여쭤보았다. "네? 뭘 가져오라고요?" 아버지는 짜증섞인 목소리로 식칼을 가져오라고. 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식칼은 아닌 것 같았지만 한 번 더 물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부엌에 가서 식칼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식칼을 든 손을 등 뒤로 하고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식칼을 내밀 것인가, 말것인가. 짧은 순간 고민을 하다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자고 결심을 했다.
"아빠. 뭐 가져오라고요?" "
"식.혜.를 가져오라고."
헉.. 아버지가 가져오라고 한 건 식혜였다.
나는 식칼 든 손을 등 뒤로 한 채 뒷걸음쳐 방을 나왔다.
아직도 식혜를 마시려고 하면 그 날 식칼든 손을 뒤로 한 채 뒷걸음쳐 나오던 순간이 생각이 난다.
#잘좀알아듣자
#청력에문제가있는건지
#센스가부족한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