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미스테리
아이를 기르다보면 가끔씩 내 아이가 신동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눈에 띄는 재능이나 특이한 점이 실제로 발견되었을 때 그렇게 느끼지만 무언가 특별한 구석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아이들이 자랄 때 각 시기마다 "얘, ** 신동 아냐?" 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둥이 2번의 경우는 어릴 적 '후각 신동'이라고 불렀습니다. 다른 말로 '먹거리 신동'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둥이 2번의 후각은 어릴 적부터 남달랐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내리면서 잠깐 스친 아이가 방금 전 먹었었던 마이쭈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아내곤 복숭아맛인지, 포도맛인지까지도 구분해내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이쭈를 사달라고 나에게 난리를 치곤 했지요.
아이들이 네 살 때의 일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잠을 자고 있는데 자다 깬 아이가 징징대면서 보채기 시작합니다. 잠결에 짜증이 났지만 일어나서 왜 그러냐고 물었지요. 시계를 보았더니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는 밑도끝도 없이 치킨을 달라면서 울어댑니다. 아무리 달래도 그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잘 달래서 재울 요량으로 참을성 있게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리 달래도 계속 떼를 쓰니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치킨이 어디있는데 달라고 하느냐?" 라고 소리를 쳤습니다. 아이는 치킨이 냉장고에 있다는 것입니다. 화가 난 저는 아이를 안고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신경질적으로 벌컥 열면서 소리쳤습니다.
"도대체, 치킨이 어디 있다는 말이야?"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요. 거짓말처럼 냉장고에는 치킨상자가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분명히 잠을 자기 전까지는 냉장고에 치킨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이는 의기양양하게 치킨을 먹겠다고 말을 했고, 저는 반은 얼이 빠진 상태로 전자렌지에 치킨을 데워서 아이에게 주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치킨을 배부르게 먹은 아이는 흡족해하며 다시 잠이 들었고요.
다음날 그 치킨은 새벽에 들어온 남편이 사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집으로 들어오면서 치킨을 사가지고 오는 경우는 그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말이죠. 집에서 배달을 시켜먹은 적은 많았지만요. 그날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방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문틈으로 치킨의 냄새를 잠결에 아이가 맡았단 것일까요. 아직까지도 그 날의 일은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