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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Aug 07. 2021

백수린 <여름의 빌라>

여름에 읽을 책 추천


집 근처에 독립서점에 갔다가 여름 관련 책을 북큐레이션 해놓은 걸 보았다. 그 중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도 있다. 나도 여름과 어울리는 책 몇 권에 대한 소개를 올려보려고 한다.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는 미처 알지 못했던 진실을 오랜 후에 알게 되면서 가슴이 내려앉을 것 같은 깨달음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스토리의 흥미보다는 감정의 울림때문에 더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특히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사원에 뿌리내린 나무와 같다'는 구절에서 깊은 울림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인류의 역사는 어떠한가. 폭력과 증오가 반복되는 역사였다. 하지만 그 대립 속에서도 치유와 위로의 몸짓이 이어진다. 


 주아는 스물한살 때 떠났던 배낭여행에서 한스와 베레나 부부를 만나게 된다. 다시 독일사를 전공한 지호와 결혼하게 되면서 찾은 베를린에서 베레나 부부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한국에 돌아온 주아와 지호는 시간강사생활을 하면서 임용을 위해 노력하지만 계속 미끄러진다.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아 유산까지 하게 된다. 그러면서 두 사람 사이는 점점 허물어져간다. 






 그 무렵 베레나 부부의 초대를 받아 세엄레아프로 가서 빌라에 베레나 부부의 손녀 레아니와 함께 묵게된다. 마지막날, 여행이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지호는 한스와 논쟁을 벌이게 된다. 수상가옥의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행복하다 라는 말에 지호는 가난한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원숭이와 같은 대접을 받고 살아간다고 맞받아친다. 한스는 자신의 자시에서 만족해서 살아가면 그곳이 천국이 되고 불만족하는 순간 증오와 폭력이 생겨난다고 말한다. 레아니의 엄마, 즉 한스와 베레나 부부의 딸은 테러로 인해 잃었음을 밝혀진다. 베레나가 왜 그날 울음을 터트렸는지, 그리고 그 아픔의 깊이가 어느 정도였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베레나에게 주아는 레오니가 캄보디아 소년이 다가오자 선을 지우고 그를 선 안으로 받아들였던 에피소드를 전한다. 증오와 폭력을 멈추게 하는 건, 나와 타인과의 사이의 경계를 지워나가는 일에 다름 아님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긴 세월의 폭력 탓에 무너져내린 사원의 잔해 위로 거대한 뿌리를 내린 채 수백 년 동안 자라고 있다는 나무. 그 나무를 보면서 나는 결국 세계를 지속하게 하는 것은 폭력과 증오가 아니라 삶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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