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개에 대한 고찰

튼튼한 뒤집개가 김치전의 맛을 좌우한다

by 책읽는 리나


무엇을 하든 장비를 갖추는 걸 신경쓰지 않는 편이라 요리에 필요한 장비도 그다지 갖추어 놓은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도구가 있긴 있네요. 바로 뒤집개입니다. 좋은 뒤집개를 갖추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전을 부치는 데 있어 뒤집개의 역할을 엄청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뒤집개 하니까 떠오르는 소설이 있네요. 하성란 작가의 단편소설 <옆집 여자>입니다. 이 소설은 스릴러적 구성과 흥미로운 내용으로도 워낙 재미있었지만 더 관심을 가졌던 이유 중 하나는 소설에 '뒤집개'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새로 이사 온 옆집 여자는 저녁 시간에 주인공의 집으로 뒤집개를 빌리러 옵니다. 사실 이 소설을 처음 읽으면서 아니, 뒤집개도 빌리어 오는 사람이 있나? 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처음에는 뒤집개 하나를 빌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점점 더 한 것을 가져가는 (혹은 가져갔을 지도 모를)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아무튼 김치전을 뒤집기 위해 뒤집개를 들고 서 있다보면 가끔씩 이 소설이 떠오르곤 합니다.


김치전의 맛은 크게 세 가지가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잘 익은 김치 둘째, 반죽의 묽기, 셋째, 김치전을 부칠 때 뒤집개로 얼마나 바짝 눌러서 굽는가입니다. 부차적으로 몇 번을 뒤집는가나 기름을 얼마나 둘러야하는가 등등의 세부적인 사항이 있지만 그건 각자 다를 수 있으니 넘어가도록 합니다. 김치전은 기름을 많이 둘러서 바삭하게 구울 수록 더 맛있습니다. 뒤집개로 꼭꼭 잘 눌러가면서 말이지요.


처음에는 모르고 플라스틱 뒤집개나 나무로 된 뒤집개를 샀다가 뒤집개를 몇 번 부러트린 적이 있습니다. 특히 아래는 스테인레스인데 손잡이 쪽은 나무인 뒤집개의 경우 이음새 부분이 잘 부러집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아예 전체가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는 폭 넓은 뒤집개를 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넓고 튼튼한 뒤집개가 김치전의 맛을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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