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못되어도
'비건적'으로는 살아가야지

by 책읽는 리나

아버지는 해산물이나 나물류를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밥상 위에 육류 반찬이 오르는 날은 많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고기는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사람들을 만나보니 회식을 하거나 모임이 있을 때 고깃집을 가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침 식사로 삼겹살을 구워먹고 온다는 후배도 있었습니다.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낳고 키워보니 식탁에 고기반찬이 없으면 음식투정을 하더군요. 그 때부터 불고기, 제육불고기, 장조림, 갈비찜 등 고기 요리를 돌아가면서 하루에 한 번은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 역시 매일 고기를 먹게 되었지요.


채식주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주인공 영혜는 어느날 밤 냉동실에 있던 고기들을 모두 끌어내 밖으로 꺼내놓습니다. 그녀는 채식주의를 선언합니다. 영혜에게는 어릴 적 아버지가 개를 잡으며 고기가 맛있어야 한다고 오토바이 뒤에 개를 묶어서 끌고 다녔던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아무 생각없이 고기를 매일 먹어왔던 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얼마전 김한민의 『아무튼 비건』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 보면 비건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습니다. 비건이란 동물로 만든 제품의 소비를 거부하는 사람이자 소비자운동이기도 합니다. 고기는 물론, 치즈나 우유 같은 유제품, 달걀, 생선을 먹지 않으며, 음식 이외에도 가죽, 모피, 양모, 악어가죽, 상아 같은 제품도 사지 않습니다. 좀 더 엄격하게는 꿀처럼 직접적인 동물성 제품은 아니지만 동물을 착취해서 얻은 제품도 거부하며, 같은 의미에서 돌고래 쇼 같은 착취 상품도 거부합니다.


비건인 사람들은 어떻게 이를 결심하게 되었을까요? 책에 보면 비건인 사람들에게 왜 비건이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한 결과가 나와있습니다. 비건이 되는 세 가지 이유로는 동물, 환경, 건강 문제를 꼽는데 그 중 동물 때문에 비건이 되었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건강과 환경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비건으로 사는 목적은 지구와 동물들에게 끼치는 고통을 최소화하고 더 건강하고 윤리적인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점은 완벽한 비건 몇 명이 존재하는 것보다는 다수의 사람들이 좀 더 ‘비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사회 전체로 봤을 때 훨씬 효과적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여전히 혹은 아직은 저는 비건으로 살아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식과 육식, 공장식 축산과 동물권, 동물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며 지냅니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비건에 대한 관심과 함께 비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2020년에 채식 인구는 200만명 정도였는데 올해는 250만명 정도가 될 거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은 비건으로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비건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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