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이름에 대하여

by 책읽는 리나


한글자 주제어로 에세이를 쓰는 글쓰기 모임을 해오고 있다. 올해 지난 4년 동안 써온 글을 묶어내기 위해 2월부터 여러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계속되는 시행착오 끝에 얼마전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하나의 테마를 정해 새롭게 글을 묶어내기로 했다. 출판사에 투고해도 채택되기 어려울 것 같아 이 기회에 차라리 1인출판사를 차려서 직접 책을 내볼까 하는 생각까지도 잠시 해보았다. 마침 다니는 도서관에서 독립출판에 대한 북큐레이션을 하고 있길래 관련 책도 몇 권 빌려와서 읽어보았다. 만약 출판사를 만들면 이름을 뭘로 붙여볼까 고민도 해보면서 말이다. 부르기 쉬우면서도 의미가 있는 이름을 생각해보았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다.


매일 책을 읽고 날마다 글을 쓰게 되면서 새로 생긴 습관이 있다. 책을 읽게 되면 제일 먼저 출판사 이름과 메일 주소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어떤 이름은 정말 잘 지었는데 싶기도 하고, 또 어떤 이름은 뒤돌아서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기도 했다. 외국의 출판사 이름은 대부분 대표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많아서 딱딱하거나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 출판사들은 은행나무, 푸른숲, 추수밭처럼 나무와 숲, 자연이 들어가는 이름이 많다. 특이하다고 생각했던 이름 중에는 철학 고전을 많이 펴내는 까치출판사가 있다. 처음에는 출판사 이름이 왜 까치일까 싶었는데 이제는 뭔가 카리스마와 기백이 느껴진다. 또 샘터 출판사도 있다. 목마른 이들에게 물을 주듯이 지혜의 물을 나누어줄 것 같은 이름이다. 예전에는 박문각, 홍문각, 고려원처럼 세 자로 된 한자 이름이 많았는데 이러한 이름은 지금도 계속 이어진다. 어릴 적 집에는 계몽사에서 나온 세계 문학 전집이 있었는데 계몽사라는 이름만 들어도 책을 통해 사람들을 계몽시키겠다는 의지가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한길사, 김영사 등 00사 로 끝나는 이름의 출판사들도 여전히 많다. 문학 출판사들의 이름은 창작과 비평사, 민음사, 문학과 지성사 그리고 후발주자인 문학동네 등이 있는데 당시만 해도 굉장히 신선한 이름으로 여겨졌을 터인데 이제는 익숙해지다보니 별다른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영어로 된 출판사 이름이 많아졌다는 것도 요즘 출판사 이름의 트랜드 중 하나이다. 어크로스, 인플루엔셜, 웨일북스, 카시오페이아, 아날로그, 위즈덤 하우스, 북하우스 등이 떠오른다.


한 번 듣고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나는 이름도 있다. 남해의 봄날은 출판사 이름같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한 번 들었는데도 잊지 않게 되었다. 갈매나무는 백석의 시에 나오는 나무 이름이라서 원래도 좋아했는데 단단하면서도 올곧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유유는 처음에는 우유인가 싶어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주로 출판되는 책이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분야여서 더 좋다. 책읽는 곰, 노란상상은 그림책 출판사 이름으로 잘 어울린다.


출판사들의 이름을 쭉 떠올려보았지만 내가 만약 출판사를 낸다면 붙이고 싶은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네이밍은 정말 힘들다. 다만 영어나 외래어보다는 우리말로 된 이름이면 좋을 것 같고, 원래 없는 단어인데 조합해서 만들어내봐도 괜찮을 것 같다. 어디 좋은 이름 없을까? 올해 새로 이름 붙여본 독서모임 중에 음악, 미술, 체육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여 예술관련책을 읽는 모임이라서 음미체리안이 있다. 이 이름을 들은 분들이 예쁘다는 의견을 많이 주었다. 이걸 출판사 이름으로 등록해놓으면 어떨까. 그럼 음미체에 대한 책만 출간해야하려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름의 이름』을 써보기로 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