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파자풀이

by 책읽는 리나

대학원을 다니던 무렵, 방송작가연수원에 다닌 적이 있었다. 직장인들이 많았던 연수원에서 나는 나이가 가장 어린 편에 속했다. 평일 저녁 7시에 수업을 하던 그 반에는 20대 대학생부터 50대 직장인까지 정말 다양한 연령층의 수강생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 수요일 저녁에 수업이 있었는데 매주 수업이 끝나면 뒤풀이를 했다. 가까운 맥주집에 가서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도 갔다. 친목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매주 놀다보니 글을 쓰거나 수업을 들었던 기억보다는 놀았던 기억만 남아있다. 수업을 들었던 그 분들은 다들 방송작가가 되거나 글쓰는 일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그때 한 학기 수업을 받으면서 방송작가에는 재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바로 방송작가의 꿈을 접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수업시간에 무엇을 배웠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유일하게 딱 하루가 기억이 난다. 그건 내가 나가서 칠판에 이름을 한자로 썼던 기억이다. 당시 선생님은 50대 초반정도 되셨던 남성 작가분이셨는데 어느 날 수업을 하시다가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나와서 (왜 나였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이름을 칠판에 한자로 써보라고 하였다. 내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신 건데, 한자의 뜻을 중심으로 이름을 지으신 걸로 알고 있다. 文和羅. 그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이 내 이름에 대한 간단한 파자풀이를 해주셨다. 나의 이름을 풀어서 설명해주었던 경험은 처음이었는지라 신기했었다. 몇 해 전, 켄 리우의 『종이동물원』 중「파자 점술사」를 읽으면서 아, 이런 걸 파자풀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그 때 말씀해주신 풀이는 이러하다. 먼저 '文'에 대해서는 평생 글과 책을 가까이 할 것이고, '和' 는 입 안에 쌀이 계속 들어가는 것이니 평생 먹을 걱정 없이 살 거라고 말해주었다. 마지막의 '羅'에 대해서는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앞의 두 글자는 선명하게 그 내용을 기억하는데 마지막 글자에 대해서는 기억하지 못하는 건 왜 일까. 평생 먹을 걱정 없이 살 거라는 말에 '이제 됐다' 싶은 생각에 그 뒤는 신경도 안 썼을 수 있다. '羅'를 찾아보니 살필 망(罒), 생각할 유(維)로 나눌 수 있다. 나는 글자풀이를 못하니 잘 모르겠지만 생각이 많다는 뜻일까? 궁금하다. 암튼 평생 먹을 걱정 없이 산다는 그 말을 듣고, 그날 몹시 기분이 좋았던 것만은 분명하게 기억이 난다. 참고로 30년이 지난 지금에 중간 평가를 해보자면 먹을 걱정 없이 살고 있는 건 맞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주변에 손 큰 분들이 많으셔서 먹을 걸 잘 챙겨주시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연약한 과자, 너의 이름은 쿠크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