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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Aug 23. 2021

여행지에 가져가는 책은?


오늘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을 읽다가 이 책을 소개한 프로그램이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그 중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에서 김대식 교수가 이 책을 소개해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책 소개 이전에 휴가를 가면서 가져가는 책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휴가 갈 때 보통 5~10권 정도 가져가는데 한 권도 읽지 않고 돌아온다고 한다. 잘 때 가져간 책을 옆에 두고 자면 그 책을 모두 읽은 것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한 권도 읽지 않고 돌아온다고 답하는데 독특하였다. 


나는 그동안은 여행을 가면서 책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여행을 가서 책을 읽을 시간이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여행을 갈 때 책을 넣어가기 시작한 건 3년전 부터이다. 매일 필사를 하는 모임을 하면서 (전자책을 잘 안 읽는 관계로) 책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무슨 책을 가져갈까 심사숙고를 하는데 초창기때에는 가져간 책을 모두 읽고 돌아왔던 반면 요즘은 가져간 책을 서너 장 읽고 만다. 



제일 기억에 남는 책은 몇 년 전 여름에 휴양림에 갈 때 가져갔던 책들이다. 조조 모예스의 <미비 포유>와 공지영의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를 가져갔다.  <미비 포유>는 두꺼웠는데도 이틀 동안에 다 읽었고,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아이들과 같이 읽었는데 무척 재미있어했다. (단 표제작만 읽었다) 내가 먼저 표제작을 읽고 애들에게 줄거리를 이야기해주었더니 재미있겠다면서 읽었다. 방이 복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2층에 이불을 깔아놓고, 이른 저녁을 먹고 들어와 세 시간 정도를 매일 독서를 했는데 작은 창문으로 물 흘러가는 소리도 들려서 독서하기에 분위기가 좋았다.



얼마전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다보니 여행할 때 가져가는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키는 여행할 때 <체호프 전집>을 가져간다고 한다. 몇 번씩 읽어도 질리지 않고, 단편 소설 중심이라 끊어 읽기 쉽고, 어느 작품이나 완성도가 높아서 실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데 아직 체호프의 단편 소설에 빠져본 적이 없는지라 그 매력이 무엇일까 궁금하긴 하다.


다른 분들은 여행갈 때 어떤 책을 가져가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만약 당신에게 '이거라면 언제 어떤 여행이든 오케이'라고 생각하는 만능 책이 한 권 있다면 인생이 편해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 내게는 주오코론샤에서 나온 <체호프 전집>이 그런 책이다. 왜 <체호프 전집>이 여행에 최적인지, 적어도 내게는 꽤 명확한 이유가 있다.


(1) 단편 소설 중심이라 끊어 읽기 쉽다.

(2) 어느 작품이나 완성도가 높아서 실망하는 일이 거의 없다.

(3) 문장이 읽기 십고 담박하면서

(4) 내용이 풍부하고 문학적 향취가 충만하다.

(5) 사이즈가 적당하고 무겁지 않으며, 표지가 딱딱해서 구겨지는 일이 없다.

(6) 혹 누가 제목을 보더라도 '체호프를 읽는다면 그렇게 이상한 사람은 아니겠군'이라고 생각해준다. 이건 어디까지나 덤이지만.

(7) 이게 상당히 중요한 점인데, 몇 번씩 읽어도 질리지 않고 매번 새롭게 작은 발견을 한다. pp238~239 <장수고양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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