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리나 Mar 22. 2020

"당신이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인가요?"


 몇 년 전 수업 준비를 위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도서관 문이 열리더니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학교지킴이 한 분이 들어오셨다. 서가 앞에서 책들을 보며 잠시 서성이시더니 내 쪽으로 와서 말을 거셨다.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골라야할지 모르겠는데 혹시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줄 수 있는지를 물으셨다. 잠시 당황했지만 어떤 책을 읽고 싶은지, 혹은 읽고 좋았던 책은 무슨 책이었는지를 여쭤보았다. 어렵지 않으면서 감동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다 박완서 작가님의 소설을 소개해드렸다. 재미없다고 하시면 어떡하지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며칠 후 책을 반납하러 온 그 분과 다시 마주쳤다.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말씀해주셨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해주는 일은 항상 조심스럽다. 책을 추천하는 일은 마치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친구를 소개해주는 일과 비슷하다. 취향을 알아도 쉽지 않고, 모르면 더욱 어려운 일이다. 몇 년 전부터 매달 읽은 책 중에 좋았던 책을 추천하는 글을 써오고 있다. 글을 올리기 전 항상 이 책은 정말 추천할만한가 심사숙고를 한다. 추천을 할 때의 기준이란 대부분 나에게 ‘좋았던’ 책이다. ‘좋다’라는 개념은 상대적이라서 나에게는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되도록 다수의 사람들이 좋았다고 추천한 책을 고르려고 하지만 한계를 느낄 때도 많다.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문학을 추천할 때는 더욱 조심스럽다. 취향 차이가 크고 호불호가 있는 작품들도 많다. 신뢰할 수 있는 책 추천자가 되고 싶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책을 추천해주는 공간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한 해에 더 많은 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요즘 독자들은 혼란스럽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광고에 현혹되는 건 아닌지 고민스럽다. 나의 취향에 맞으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책을 고르고 싶은데 어떤 책을 골라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분도 많다.  

   개브리얼 제빈의 『섬에 있는 서점』을 읽다보면 관계에 있어 관심사를 공유한다는 것이 가지는 무게를 생각해보게 된다. 주인공 에이제이는 서점을 운영한다. 아내의 죽음 이후 방황하다가 마야를 만나고 나서 삶이 바뀌게 된다. 그는 마야를 자신의 딸로 입양시킨다. 앨리스 섬에서 에이제이의 서점은 관계를 이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에이제이 또한 서점이 있어서, 그리고 서점을 찾아오는 이웃들이 있어서 지독한 절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사람 사이의 안정감을 얻고 삶의 원동력을 주는 '아일랜드 서점' 같은 구심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취향이나 관심사, 코드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한 사람의 삶에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 특히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관심사의 공유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어떤 사람에 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한 가지만 물어보면 알 수 있다는 구절이 나온다. 바로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이다.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면 내가 샀던 몇 권의 책으로 내 독서 취향을 판단한 인공지능이 추천책을 골라놓고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추천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나는 직접 보고 책장을 훑어보고 마음에 끌리는 책을 골라 읽는 편이다. 책을 매일 읽는 이유는 나의 독서 세계의 경계를 넓혀 나가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주기 위한 이유도 크다. 직접 읽어보고 권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책은 어떤 책인가요?” 책을 추천하기 전에 이 질문을 먼저 건네고 충분히 들어보고 싶다.신뢰할만한 책 추천자가 되고 싶어 오늘도 책을 읽는다. 


작가의 이전글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나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