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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Oct 01. 2020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3년 전에 독서모임을 하는 분들과 매일 글을 쓰는 모임을 만들었다. 날마다 글을 써서 함께 공유하는 이 모임의 이름은 ‘곰 사람 되기, 백 일 글쓰기 모임’이다. 어느 단체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글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는 분들과 함께 시작해 보았다.


 왜 ‘곰 사람’인가? 단군신화의 내용을 보면 환웅은 인간이 되고 싶다며 찾아온 곰과 호랑이에게 100일 동안 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말을 해준다. 동굴 속에 들어가 이를 지킨 곰은 삼칠일 만에 웅녀가 되었지만 호랑이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왜 호랑이가 아닌 곰이 사람이 된 것일까. 호랑이는 힘과 용맹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굴에서는 쓸모가 없었다. 호랑이는 참고 견디는 일을 버티지 못하고 동굴을 나가버렸다. 곰은 인내심이 강하여 힘든 상황을 견디며 이루고자 하는 바를 얻어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인간이 된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인내를 더 높은 가치로 여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모임의 이름인 ‘곰 사람 되기’의 뜻은 매일 글을 쓰는 일이 힘들지만 100일의 약속을 지키자는 의미였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이 벌써 열한 번째를 맞이했다. 백일을 하자며 시작한 모임이 어느 새 천 일을 넘기게 된 것이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고민이 많았다. 매일 글을 쓰는 데에 비해 글쓰기의 실력이 눈에 띄게 좋다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목적이 꼭 글쓰기 실력이 나아지는 것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글을 쓰다보면 많은 장점이 있다. 나의 일상을 기록한다는 행위에서 오는 기쁨과 만족감도 존재한다. 한없이 마음이 어지럽고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글을 쓰기 시작하면 어느새 차분히 가라앉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감히 천일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백일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니 첫 백일을 완주하고 나서 얼마나 기뻤던가. 3백일, 4백일 지나가면서 매일 하는 글쓰기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 것과 같이 하루 중 어느 일정한 시간이 찾아오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천일의 글쓰기를 했지만 여전히 글의 첫 문장을 여는 일은 쉽지 않다. 오늘을 무엇을 쓸까 매번 막막하다. 하지만 뭐라도 한 줄을 쓰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글은 흘러간다. 흘러가는 글 속에 내가 있고, 그동안 걸어온 시간이 있고, 나아가고 싶은 길의 끝자락이 보인다. 혼자 걸어가면 얼마 못 가 지쳐 그만둘 수 있었겠지만, 함께 나아가기 때문에 더 멀리 걸어갈 수 있다.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서로 다독여준다. 괜찮다고, 나도 그런 적 있다고, 조금만 힘을 내보라고. 내민 손을 잡고 걸어가다 보면 또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다시 곰 사람 이야기이다. 곰의 후손인 우리는 잘 버틴다. 쑥과 마늘은 매 시기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물론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때도 있다. 참는 쪽보다 다른 해결책을 찾아 동굴 밖으로 나간 호랑이의 후손들도 존재할 것이다. 누구나 살다보면 여러 시련이 찾아온다. 예상치 못한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시험에 떨어지기도 하며, 소중한 사람을 잃을 때도 있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기도 하고, 자신이 하지 않은 일임에도 모함을 받기도 한다. 모든 일에 한 면만이 존재하지 않듯이 고통의 경험은 다음 시련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은 각자 다양하다. 참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견뎌냄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증명할 수 있다. 이제 새롭게 다시 백일글쓰기라는 시간을 열게 되었다.  매일 함께 글을 쓰는 동료가 있다는 점은 글 쓰는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설렘과 기대감을 가지고 이 길을 걸아가보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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