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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Oct 02. 2020

왜 글을 쓰시나요?


 내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활동을 꼽으라면 '독서' 와 '글쓰기' 이다. 독서와 글쓰기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읽은 책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3년 전, 매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으나 자신이 없어서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일이다. 과연 매일 책을 읽는 게 가능할까, 못 읽으면 어떡하지, 고민만 하다가 못하느니 일단 시작을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주로 읽었던 책들은 개인의 내면에 대한 탐구를 다룬 책들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책의 분야를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보니 내면에 대한 탐구를 넘어서 세상에 대한 방향으로 관심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한 달에 읽는 권수가 점차 많아지면서 읽은 책들이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읽은 책에 대해 매일 기록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책을 계속 읽다보니 이번에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좀 더 자세하게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매일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였다. 규칙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자 글쓰기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글감을 찾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글의 구성을 짜는 과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글을 쓰면서 사소하고 작은 생각들이 모여서 나를 통합시켜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는 조금씩 나를 변화하게 만들어주었다.

 얼마 전 글을 쓰는 나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성실한 기록자" 로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지나온 흔적이 사라지고,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것들을 복원시키고 싶은 마음이 커서이다.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여전히 경험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 쓰는 것이 두렵고 자신이 없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현상의 이면에 대해 들춰보고 감추어진 사실들을 세상에 드러내주는 일은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글은 내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글을 쓰면서 항상 염두에 둔 질문이 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 이 글은 누구를 위한 글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들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각자 다를 것이다. 나의 글은 대부분 상당히 자족적이다. 나와 내 세계 사이에서의 일상과 깨달음에 대한 기록으로 채워져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해나가면서 글쓰기의 행위는 점점 더 구체화되어간다. 쓰고자 하는 대로 써지지 않는 고통이 존재하고 이를 고쳐나가는 노력이 이어진다. 반복되는 글쓰기의 과정은 더디지만 더 나은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기록해나간다.

 나무를 연구하는 과학자, 호프 자런이 쓴 『랩 걸』에 보면 기록은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말이 나온다. 나도 이와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어 한다.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기록하여 남기는 일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점점 글쓰기의 영역도 넓혀가고 싶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다른 사람이 읽고 싶은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까지 나아가고 싶다. 그때까지 겸손함과 열정을 잃지 않은 채, 매일 글을 써나가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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