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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Oct 03. 2020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



 지난 주 금요일 오전 내내 퇴고를 하였다. 작은 글씨를 몇 시간씩 보고 있었더니 나중에는 시야가 뿌옇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소설 『눈 먼 자들의 도시』에 나오는 백색 실명처럼 눈앞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요즘 갈수록 시력도 떨어지는데 눈  앞이 뿌연 느낌이 들어서 걱정이 되었다. 눈을 보호해야하는데 항상 무언가를 들여다보아야하니, 눈을 보호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원고를 고치면서 드는 생각은 문장을 읽으면 읽을수록 고칠 곳이 계속 나온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고쳐도 끝이 없다. 누군가 이제 "끝" 이라고 말해주면 옳다구나 하고 던져버리고 싶다. 이번에 퇴고를 하면서는 주로 단어를 뺐다. 빼면서 보니 부사가 특히 많다. 스티븐 킹이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한 유명한 말이 생각이 났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 는 말이다. 이 말은 왜 나오게 된 것일까? 초고를 쓸 때는 마음 가는대로 쓰면 되지만 글을 고칠 때는 문장에서 부사를 먼저 골라내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글을 고치다보니 자연스럽게 과도하게 들어간 부사를 삭제하게 된다. 부사는 어쩌다가 제일 먼저 빠져야 하는 운명을 타고 난 것일까.

 오늘 문장을 고치면서 주로 뺀 단어들은 이러하다. '더', '상당히', '결코', '특히', '항상' 이밖에도 많은 부사들을 뺐다. 그렇다면 부사를 왜 빼야 하는 걸까? 부사를 쓰면 왜 문장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까? 부사를 쓰지 말라는 뜻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민들레와 같다. 당신의 집 마당 풀밭에 핀 한 송이 민들레는 특별하고 예쁘다. 그러나 그것을 뽑지 않는다면 다음날 다섯 송이가 피어 있을 것이다. (중략) 결국 풀밭은 민들레로 완전히 덮여 있게 될 것이다. 그때쯤 되면 당신의 눈에는 그것이 잡초로 보일 것이다. 그땐 너무 늦었다.’ 『유혹하는 글쓰기』 중에서

스티븐 킹이 한 말은 부사를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수식어를 절제해서 적절하게 사용하라는 의미이다. 문장의 의미를 전달할 때 부사와 같은 수식어에 계속 의탁하게 되면 이를 통해 강조하는 게 습관이 될 수 있다. 수사에 의존하게 되면 자꾸만 더 사용하게 된다. 그러다가 습관이 되어버리면 쉽지 않다. 되도록이면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려면 과장된 수사를 피하고, 쓸모없는 말을 줄여야 한다. 글이 복잡해지면 논지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부사 사용은 되도록 줄이고 특별한 경우로 국한해야 한다는 말을 기억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만 봐도 부사를 여러 번 사용했다. 역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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