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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Oct 04. 2020

내 일상엔 왜 쓸거리가 없을까?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쓰기 소재를 찾아보자


동네에서 소규모 글쓰기 모임을 해오고 있다. 2년 동안 이 모임에 참여하면서 자주 슬럼프에 빠졌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생각과 달리 지극히 평범하여 글감으로 풀어 낼 이야기 거리가 별로 없다는 자각을 하면서부터였다. 드라마 같은 삶은 아닐지라도 나름 우여곡절을 거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이 써온 인생 이야기를 듣다보니 내 삶은 평범함, 그 자체였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만한 특별한 일은 별로 일어난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다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기이하거나 흥미로운 일도 없었을 뿐 아니라 극복하기 힘들 정도의 질곡과 불행을 겪은 것도 아니었다. 매번 정해진 주제어를 받고, 이와 관련한 일들을 뭘 겪었지 하고 회상을 해보면 그다지 특별할 일이 없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겪지 않은 일을 만들어 낼 수도 없었다. 다른 회원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쓸 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는 주변 사람들의 흥미로웠던 일화를 써오곤 했다. 그마저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게 불편해서였다.

 결국 고민 끝에 쌍둥이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썼다. 거기에는 최소한 나만의 독특함이 있을 거라 생각해서였다. 쌍둥이라서 생긴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일란성인데도 너무 달라서 성격부터 재능, 취향까지도 같은 게 없다. 그러다보니 아이와 있었던 이야기를 적으면 읽은 분들이 재미있다고 말씀해주셨다. 적으면서 나도 생동감 있게 적을 수 있었다.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 다들 즐겁게 들어주었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보다는 아이 관련 에피소드들에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누구나 쉽게 공감할 만하다는 사실을.

 이번 주 주제어를 받고서 아이와 관련한 일상을 적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들이 삶에서 자주 일어나면 좋겠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특별한 일이 없는 날들로 채워지고 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흘러간다. 걱정스럽거나 괴로운 일, 피하고 싶거나 힘든 일들이 평온한 일상의 사이로 시간 간격을 두고 찾아왔다가 또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는 사이 일상의 경험들은 켜켜이 쌓여갔다. 언젠가부터 평온한 날의 가치와 기쁨을 충분히 감사할 줄 알게 되었음을 깨닫는다. 매주 올리는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 언젠가 모여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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