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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Oct 05. 2020

책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방법

독서 후기 쓰기


『자유론』을 쓴 밀은 어릴 적 아버지와 아침 식사 전에 항상 산책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오솔길을 걸어가며 밀에게 어제 읽은 책의 내용을 말하게 하였다. 밀은 어제 읽은 책의 내용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가 어릴 적 역사서를 쓸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깊었으리라. 가끔 읽은 책의 내용을 어떻게 잘 기억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물론 읽은 모든 책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후기를 남긴 책은 오랫동안 기억을 한다. 어릴 적부터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나면 줄거리를 친구에게 들려주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러면서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주려면 내가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한다는 사실을.


밀의 아버지는 공부할 때 단순히 기억력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우기 전에 이해를 하라고 했는데 그래서 스스로 생각해서 알 만한 일은 노력해서 알게 될 때까지 절대로 먼저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것과 그냥 주어진 것들 중에서 어떤 지식이 더 오랫동안 남게 되는 지는 금방 알 수 있다. 스스로 노력해서 깨우치게 되면 이해의 폭은 더 크게 확장된다.


책을 읽은 후 내용을 이해하고 내면화한다는 것은 능동적 책읽기를 의미한다. 책을 읽은 기억은 나지만 그 책이 내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책을 읽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지 못하다면 이는 책과 능동적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책을 읽고 내용을 기존의 내 생각들의 회로에 선을 연결시킨다. 이 과정을 통해 사고의 틀을 확장되고, 깊어간다. 나만의 시각과 생각의 관점을 이루어나간다. 책을 내면화과정이 쌓여나가면 책을 읽고 수용하는 능력이 점점 더 발전한다. 쇼펜하우어는 『문장론』에서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게 읽은 책에 대한 감상과 느낌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삼년 전부터 책을 읽은 후에는 꼭 후기를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독서 후기를 지속적으로 쓰는 일이 쉽지는 않다. 아무런 쓸 말이 없을 때도 있고, 책이 별로여서 쓰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좀 더 쉽게 후기를 남기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본다. 지금 소개하는 방법도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동안 써오면서 깨닫게 된 것을 적어본다.


첫째,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남기는 게 제일 좋다. 나만의 룰은, ‘24시간의 법칙’을 지키자 이다. 책을 읽은 지 만 하루가 지나기 전에 후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미루다가 나중에 쓰려고 하면 책의 내용이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얼마 전에 읽은 책도 그러한데 몇 달이 지나게 되면 거의 기억나는 게 없다. 후기를 남기기 어려우면 인상적인 구절만 발췌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 방법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발췌해놓은 문장 외에는 다른 내용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제일 좋은 방법은 한 장에 두 세 개 정도의 문장을 발췌하고 후기를 쓸 때는 인용한 문장 중 몇 개를 골라서 그 문장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적는 것이 손쉽다. 책에 대한 전체적 총평은 잊지 말고 글의 서두에 두세 줄 미리 적어두자.


둘째, 후기를 쓰는 나만의 즐거움을 만들어본다. 늘 비슷비슷한 방식으로 후기를 쓰다보면 지치기도 하고 재미도 없다. 나만의 방식으로 후기를 써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별점을 남겨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추천하고 싶은 책, 무난한 책, 비추천 책 등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작성해볼 수도 있다. 별점을 주는 방식도 좋다. 별을 몇 개 줄까 고민을 하면서 책의 장점이 새롭게 떠오를 수도 있다. 혹은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해주면 좋을까 그 대상을 떠올려 적는 방법도 있다. 나만의 후기 쓰기 방식을 만들어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셋째, 처음부터 자세하고 긴 서평을 쓰려고 하지 말자. 맨 처음 후기를 쓸 때는 가장 좋았던 책은 길게 후기를 쓰더라도 나머지 책들은 서너 줄 정도로 간략하게 남겨두어도 괜찮다. 잘 쓰려고 하다보면 더 쓰기 힘들어질 수 있다. 그냥 어떤 점에서 좋았는지, 왜 추천할만한지 간략하게 써도 괜찮다. 후기도 쓰다보면 실력이 늘어난다. 후기를 쓰는 시간도 단축되고 수월해진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읽은 책을 기록하는 정도로만 가볍게 시작해도 괜찮다. 그러다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책을 읽게 되었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읽게 되면 자세한 후기를 남겨보자.


삼년 동안 독서 후기를 남겨보니, 읽은 책에 대한 기록만큼 소중한 자산도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나만의 언어로 책을 읽은 시간들에 대해 기록해나가리라 다짐해본다.




 

매일 올리는 독서 후기가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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