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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Sep 03. 2021

영화 원작 소설 『인어가 잠든 집』

11월에 영화 『인어가 잠든 집』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작을 상당히 인상깊게 읽은지라 영화가 기다려집니다. 2018년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제31회 동경 국제 영화제에서 특별 초대작으로 상영되었고, 가오루코 역의 시노하라 료코는 제43회 호우치 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하네요.


2020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인해 장기 기증 희망등록자의 수가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장기 기증문제에 대해 관심이 갖지 못했던 제가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게 된 건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어가 잠든 집』을 읽고 나서였습니다. 이 소설은 장기 기증 문제, 특히 아동의 장기이식 문제를 둘러싼 도덕적· 법률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소설입니다. 인간의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고, 이를 누가 최종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의 문제, 그리고 뇌사 상태에 있는 아이의 장기 이식 문제를 부모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인가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가오루코의 딸 미즈호는 수영장에 빠져 의식불명 상태가 됩니다. 의사는 뇌사라고 보고 부모에게 장기 기증 의사를 물어봅니다. 충격적인 사실에 두 부부는 밤새 고민을 하였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런데 다음 날 병원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딸의 손을 잡았는데 손이 움찔하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이에 가오루코는 장기 기증을 거부하고 미즈호의 연명 치료에 들어갑니다.


남편 가즈마사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MI) 기술, 즉 뇌나 경추가 손상되어 몸을 가눌 수 없는 환자로 하여금 뇌에서 보내는 신호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자신의 딸에게 적용하기 위해 기술의 개발자인 호시노를 자신의 집으로 보내게 됩니다. 호시노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은 미즈호는 자기 자극 장치를 몸에 연결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팔다리를 움직이게 할 수 있게 되는데요.


뇌사상태에 빠진 아이의 상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장기 기증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저자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에는 국내에서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해 모금을 하지만 끝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죽게 된 유키노 양의 부모님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장기 이식수술은 '선의'라는 베풂을 받는 것이지 요구하거나 기대할 일은 아니라고요. 뇌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간병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어렵고 그 아이 부모에게는 아이가 살아있다고 여겨질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책 속의 한 구절


다른 여러 나라에서는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뇌사라고 확인되는 단계에서 치료를 모두 중단합니다. 설사 심장이 움직인대도 말이죠. 그리고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힐 경우에만 연명조치를 합니다. 그런데 일본은 아직 거기까지 국민의 이해를 구하지 못한 터라 장기 기증을 승낙하지 않는 경우에는 심장이 정지되어야 사망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두 가지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죠. p.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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