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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Sep 04. 2021

상처받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윤이형 『붕대감기』

십대때는 우정을 소중하게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거나 서로 교감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여겼지요. 하지만 생활 환경이 달라지고, 사는 곳이 멀어지고, 화제에서 교집합이 점점 멀어지게 되면 우정을 지속시켜 나가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은 우정에서 연대로 옮겨갔습니다. 연대란 어떤 마음일까요? 온라인 공간에서 가끔씩 다른 상황에 놓인 여성들끼리 서로에게 상처되는 말을 주고 받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대체로 워킹맘과 전업주부, 기혼여성과 비혼여성 등 각자의 경험이 상대방과 접점이 없는 경우에 발생하였는데요. 이를 볼 때 드는 생각은 다른 상황에 놓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윤이형의 <붕대 감기>는 누군가와 이어지고 싶은 열망을 가졌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멀어지고 틈이 생기고 관계가 벌어지게 된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진경과 세연은 고등학교 3학년 내내 단짝친구엿습니다. 세연은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아이였습니다. 교련 시간에 2인 1조가 되어 붕대감기 실기시험을 보아야 하는데 세연은 자신과는 아무도 짝을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붕대를 들고 서있었는데 놀랍게도 모두로부터 사랑을 받는 아이였던 진경이 짝이 되기를 청하였습니다. 붕대감기를 하다 긴장한 세연은 묶을 수 있는 여분의 붕대를 남기지 않고 진경의 머리를 감아버렸는데요. 그 날 이후로 두 사람은 단짝 친구가 됩니다.


소설을 통해 저자는 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받을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말합니다.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하면,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것입니다.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해서 관계맺기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며, 같아지는 것보다 다름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자의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또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 사람들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는 경쟁자나 적이 아니며, 진경이 세연에게 다가갔듯이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책 속의 한 구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다가, 무언가를 하니까 또다시 당신은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는 건 연대가 아니야. 그건 그냥 미움이야. 가진 것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가 다르다고 해서 계속 밀어내고 비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어? 그리고, 사람은 신이 아니야. 누구도 일주일에 7일, 24시간 내내 타인의 고통만 생각할 수 없어. 너는 그렇게 할 수 있니? 너도 그럴 수 없는 걸 왜 남한테 요구해? pp.108-109


한 줄 평


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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