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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Sep 05. 2021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언어가 존재해요

<서로 다른 기념일>



  대학 1학년 때 성당에서 하는 수화 교육을 받으러 간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수어' 라는 표현을 주로 쓰지만 당시에는 '수화'라는 단어를 쓰곤 했지요. '수화' 라는 말은 언어보다는 도구적 관점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언어의 의미를 살려주는 '수어'를 쓰자는 의견이 있어 요즘은 주로 '수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수어란 손의 움직임을 포함한 신호를 이용하여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 언어입니다. 수어는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각 나라별로 상이하였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국 수어가, 중국에서는 중국의 수어가 쓰이는 것이지요. 생각보다 배우는 게 쉽지 않아서 결국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코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코다 (CODA, Children of Deaf Adults) 란 농인부모로부터 태어난 청인 자녀를 일컫는 말입니다. 『서로 다른 기념일』은 구화를 배우며 자란 농인인 작가가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 아내를 만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코다 아이를 키우며 기록한 사진 에세이집입니다. 책을 쓴 저자는 청인의 집안에서 태어나 난청 진단을 받고 음성언어의 세계에서 자라다가 16살부터 본격적으로 수어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반면 아내는 어릴 적부터 수어를 사용하며 자랐습니다.


  음성언어를 쓰며 살아 온지라 수어를 쓰는 세상은 어떨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저자가 아이와 함께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아이가 수어로 "여기 소리가 있다"고 말하자 그는 당황하지 않고 말합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그건 틀리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 그저 다를 뿐이라고요. 그리고 너와 나의 다름을 발견한 이 순간을 기억하며 기념일로 삼자고 말합니다. 손으로 말하던, 입으로 말하던 그건 그냥 수많은 의사소통 방법 중 하나일뿐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라보는 세계가 전부는 아닙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환경의 각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며 언어 역시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말’이 존재합니다.




책 속의 한 구절


‘말로 인한 고독’에 빠지게 두지는 말자. 한 가지 언어만을 완고하게 강요하지 말자. 지금은 ‘수어 아니면 음성언어’로 선택지를 좁히지 말고, 우리 몸에서 발화되는 솔직한 ‘말’로 이야기를 나누자. 그리고 이쓰키의 ‘말’을 다양한 형태로 받아들이며 듣자. 일을 뒷전으로 미뤄도, 가난해져도 괜찮으니 이쓰키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함께 있자. 함께 몸을 쓰고, 여기저기를 다니고, 수많은 ‘말’이 있는 곳에 찾아가 다양한 몸을 지닌 사람들과 만나자. 수많은 ‘말’을 만날 수 있는 환경과 관계를 지키며 우리도 그 안에 몸을 두자.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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