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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Sep 06. 2021

인생에서 길을 잃었을 때,
철학자의 말을 떠올려보자

에릭 와이너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고등학교 때 윤리시간에 배우던 철학자들과 사상을 기억하시나요? 어찌나 어렵고 지루하던지 철학자와 대표하는 사상만 겨우 외우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오래 전 살았던 사람들의 사상이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도움이 되는 걸까 궁금해하면서요. 몇 년 전 우연히 읽었던 이이의 『격몽요결』이라는 철학서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구절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나에 대해서 안 좋게 말하던 사람 때문에 어떻게 해야하나 한참 고민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안 좋게 이야기를 하면 먼저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나 돌아보라고 하였습니다. 만약 그런게 없고 상대방이 터무니없이 나에 대해 중상모략을 하는 거라면 그냥 무시하는 게 좋다라고 쓰여있었습니다. 그 부분을 읽고 나의 부족한 점을 돌아보았고 그 후에 나를 괴롭히던 마음이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철학은 어렵고, 시대에 뒤떨어진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 요즘에 우리 인생에 철학이 스며드는 순간을 열 네 명의 철학자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이 있습니다.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인데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에서 몽테뉴까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14명의 철학자를 소개해주는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철학에 대한 흥미가 저절로 생겨나는데요. "빌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는"평을 받는 저자의 입담을 통해 철학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14명의 철학자의 이야기에 다 귀를 기울여볼만 한데요. 저는 그 중 에피쿠로스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에피쿠로스하면 흔히 쾌락주의 철학자로 기억이 되는데요. 그는 만족을 이끄는 것은 어떤 것의 존재가 아니라 불안의 부재라고 말합니다. 쾌락은 고통의 반대말이 아니라 고통의 부재라고 정의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피쿠로스는 향락주의자가 아니라 평정주의자인데 저 역시 평정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이 말이 특히 공감이 갔습니다. ‘텅빈 욕망’이란 언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에피쿠로스는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기는 것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면서 올바른 마음을 갖춘다면 아주 적은 양의 치즈만으로도 소박한 식사를 성대한 만찬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데 요즘 같은 과잉 소비 시대에 귀담아 들을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밖에도 염세주의자였던 쇼펜하우어가 나와 타인간의 인간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최근에 인간관계 문제로 고민인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쇼펜하우어의 이 말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추운 겨울날 한 무리의 고슴도치가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얼어죽지 않으려고 서로 가까이 있지만 너무 가까이 붙으면 가시에 찔리고 맙니다.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들이 붙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서로를 견딜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거리”를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고슴도치의 딜레마는 인간의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하지만 타인은 우리를 해칠 수도 있습니다. 관계는 끊임없는 궤도 수정을 요하며, 매우 노련한 조종사조차 가끔씩 가시에 찔릴 수도 있습니다.


 간디의 비폭력주의도 귀담아 들을만합니다. 간디는 궁극적으로 폭력없는 세상을 꿈꿨지만 그런 세상이 곧 도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때까지 우리가 더 잘 싸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간디는 폭력을 싫어했지만 폭력보다 더 싫어한 것은 비겁함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맞서 싸움으로서 폭력을 키우는 것은 어리석으며 폭력적 수단을 통해 거둔 승리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흔히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과정에 대해서도 평가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과정의 올바름이 쌓여야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으며 위대한 철학자의 생각을 공유해보고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순간 철학자의 목소리를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책 속의 한 구절


나는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알고 싶다. 아니, 알아야 한다. 그것도 너무 늦기 전에. “결국 인생은 우리 모두를 철학자로 만든다.” 프랑스 사상가 모리스 리즐링이 말했다. p. 15


한 줄 평


아침부터 황혼까지 인생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열 네명의 철학자들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을 곰곰히 생각해보게 하는 철학 여행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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