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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Sep 08. 2021

노먼 맥클린 『흐르는 강물처럼』



낚시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관심을 갖게 해준 영화 한 편이 있습니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폴 역할을 맡았던 브래드 피트가 플라이낚시를 하는 장면을 보고 나서였지요. 플라이낚시란 사슴 털이나 공작 털 등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로 곤충 같은 형상의 미끼를 만들어서 하는 낚시입니다. 벌레들이 물 위에 알을 낳는 모습에서 착안한 것인데, 송어와 같은 어종들은 물 위에 잠시 앉아 알을 낳는 벌레들을 잡아먹습니다. 그래서 곤충 모양의 플라이를 만들어 던지면 그 아래서 수면을 주시하던 냉수성 어종들이 곤충을 낚아채는 것입니다. 보통의 낚시가 물고기가 잘 볼 수 없게 하기 위해 가는 낚싯줄을 사용하는데에 반해 낚시는 가벼운 곤충 모양의 미끼를 날려야 하기 때문에 낚싯줄이 두껍습니다. 그래서 낚싯줄을 던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영화는 노먼 맥클린의 원작인 <흐르는 강물처럼>을 영화로 만들었는데요. 완고하고 보수적인 목사였던 아버지는 형 노먼과 동생 폴에게 플라이 낚시의 네 가지 리듬에 대해 설명합니다. 플라이 낚시는 낚시줄의 탄력과 무게감으로 미끼를 던집니다. 진짜 곤충이 내려앉는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에 미끼가 수면에 내려앉는 각도도 중요합니다. 아버지는 플라이 낚시의 방법에 대해 노먼과 폴에게 훈련을 시킵니다. 플라이와 리더가 줄보다 앞에 서게 하여 물속으로 가볍게 떨어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낚시란 10시 방향과 오후 2시 방향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네 박자 리듬임을 강조하지요. 어릴 적부터 노먼과 폴은 메트로놈에 맞추어서 이 네 박자 리듬을 연습해야만 했습니다.


소설에는 노먼과 폴 두 형제가 등장합니다. 노먼은 아버지의 교육과 통제를 받아들여 아버지처럼 문학과 시를 사랑하며 모범적인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반면 폴은 어려서부터 열정적이며 과감했는데요.노먼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순종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나름대로의 지식과 기술을 획득해 나갑니다. 폴은 아버지의 규칙을 깨고 그 엄격한 통제로부터 벗어나려했습니다. 폴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어린 시절의 일화가 있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매일 아침 폴에게 오트밀 죽을 먹이려고 했지만 폴은 완강하게 거부했고 아버지보다도 고집이 셌기 때문에 결국 아버지는 포기하고 맙니다. 폴은 낚시 역시 아버지가 가르쳐준 방식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기술로 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아버지는 폴이 죽은 후 그에 대해 훌륭한 낚시꾼이라는 평가를 합니다. 그의 낚시는 아름다웠다고 말하지요. 노먼은 폴이 도박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만 폴은 거절합니다.


폴의 죽음을 전하는 결말 부분은 여운이 진하게 남습니다.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고, 강물의 흐름에 삶을 빗대어 표현하는 것임에도 울림이 큽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폴은 죽음을 맞이합니다. 오른 손이 모두 으스러진 상태로 발견이 되지요. 아름다운 낚시꾼이었던 폴의 죽음을 노먼이 아버지에게 전해드리자 아버지는 묻습니다. 그 애의 죽음에 대해 너무 적은 걸 말하지 않았느냐고.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에 대해 자초지종을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노먼은 대답합니다.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해도 완벽하게 사랑할 수는 있다고요. 때로는 가족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이 소설은 인생을 살아가는 두 가지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난하게 살아갈 것인지, 아름답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이해하려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책 속의 한 구절


그것은 우리가 폴의 낚시를 직접 목격한 마지막 물고기였다. 아버지와 나는 그 순간을 그 뒤 여러 번 회고했다. 그때마다 동생과 관련된 우리의 다른 감정이 어떠했든, 이 순간에 대한 감정은 일치했다. 우리가 그의 마지막 낚시질을 보았는데, 우리 눈에 보인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낚시꾼의 그 황홀한 기술이었다. p. 198


한 줄 평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인생도 이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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