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주 독서모임
2018년에 처음으로 만들었던 백일동안 매일 글을 쓰는 모임이 끝나던 날, 다같이 모여 뒤풀이를 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매일 만났지만 역시 모임은 직접 얼굴을 보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게 훨씬 더 즐겁지요. 맛있는 식사와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던 무렵, 한 분이 제게 제안을 하십니다. 그동안 모임을 만들고 진행해나가는 과정을 글로 정리해보면 어떻겠냐고요. 그 전에도 다른 분들께 몇 번 들어보긴 했지만 엄청나게 재미있는 내용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 손사래를 치고 말았습니다. "정리해도 뭐 특별한 이야기는 없을 것 같아요" 라고 말이죠.
집으로 돌아와 찬찬히 생각해보니 '꼭 재미있는 이야기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모임을 좋아하는 내가 그동안 여러 모임들을 어떻게 만들어서 운영해오고 있는가에 대해서 쓰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 개인의 정체성 중 하나는 바로 '프로 모임러'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 사람들을 모아서 하는 걸 유독 좋아합니다. 언제부터 그랬나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때까지는 특별히 모임을 좋아하는 징후가 발견되지는 않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모임을 좋아하게 된 것은 대학교 때부터였습니다. 그때는 주로 공부모임, 즉 스터디 위주의 모임이었는데요. 그 후로부터는 온갖 다양한 모임들을 해보았습니다.
지금은 주로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위주로 하고 있지만 여러 다양한 모임을 해왔습니다. 가장 독특하거나 인상적인 모임을 꼽아보라면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임이었던 <08쌍둥맘 모임> 과 5년여동안 매주 반찬을 해서 나누어가졌던 <반반모임>, 그리고 매월 한 개의 적금을 가입해나갔던 <적금 풍차 모임>이 기억에 남습니다. <반반모임>의 경우는 신문 인터뷰를 해서 소개되기도 했던지라 카페 야외에서 반찬을 들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재미있었던 시간으로 남아있습니다.
<08쌍둥맘 모임>은 8년여를 함께 했었는데 매년 한두 차례는 1박 2일 여행을 갔습니다. 엄마 10명이 각각의 쌍둥이 20명을 데리고 30명이 독채 팬션을 빌려 묵으면 유치원에서 단체로 여행온 걸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정말 큰 힘이 되었던 모임입니다.
한시적으로 특정한 기간동안 하고 종료한 모임도 있고, 시작해서 몇 년 째 계속 이어져온 모임도 있습니다.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는 모임은 매주 5줄의 발췌와 5줄의 감상을 쓰는 <오오필사>모임, 백일동안 매일 10줄 이상의 글을 쓰는 <백일 글쓰기> 모임, 매달 한 나라를 정해 그 나라의 문화, 예술, 지리, 정치, 사회, 문학과 관련한 책을 읽는 <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모임, 한 달에 4권의 책을 읽고 후기를 올리는 <지독(지치지 않고 독서하기)>모임, 매달 다양한 책을 읽고 후기를 쓰는 <동시에 달리는 독서열차>모임, 청소년 문학을 함께 읽는 <청소년 문학 읽기 모임>, 매달 주제를 정해 매주 한 권의 책을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온톡> 모임 등이 있고 이 외에도 10여개의 모임을 더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통 모임을 이렇게 많이 운영한다고 하면 다들 놀라시는데요. 먼저 그게 가능하냐고 묻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이렇게 여러 모임을 운영한다면 불가능하겠지요. 처음에는 한 개로 시작을 했는데 매년 서서히 두 세개씩 늘려오고 있습니다.
모임을 이렇게 많이 운영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모임이 많아서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만 하는 모임들의 특징은 대부분 매일 무언가를 직접 하고 이를 모임원들과 공유하는 미션형입니다. 매일 무언가를 혼자서 해낸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함께 하는 걸 좋아합니다. 온라인에서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하고 모임을 하면 하기 싫어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함께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도 있고, 자극을 끊임없이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여러 개의 모임 톡방에서 각자 자신이 하고 있는 것들을 공유해줍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이상적인 모임이 무엇인지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꾸준히 시도하고, 그 결과물들을 매년 구체화시켜 나가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