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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Sep 12. 2021

북클럽을 하는 이유

메리 앤 섀퍼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공부를 하면서 자의반 타의반 했던 독서모임이나 스터디모임과 달리 제가 하고 싶어서 독서모임을 시작한 건 9년전 이었습니다. 결혼 후의 생활은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새롭게 부여된 여러 역할들에 힘겹게 적응해가며 하루를 보내기에 바빴습니다. 날마다 정신없이 바쁜 건 알겠는데 어디를 향해서 가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점점 고립되어간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을 목표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도 모르겠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조차 희미해져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보기 위해 시간을 내서 나를 위한 책을 읽었고, 읽은 책에 대해 누군가와 깊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열망은 독서모임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나를 이끌었습니다.


책은 매 시기 다른 의미로 다가왔는데요. 이 시기는 재미로 책을 읽고, 공부에 필요해서 책을 읽던 시기를 지나 살기 위해 책을 읽었던 시기라고 할까요. 마음을 활짝 열고 책을 받아들였습니다. 모든 책을 다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개의치 않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서 단 한 줄이라도 위안을 주거나 깨달음을 주는 문장이 있다면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이 책이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여기 특별한 독서모임에 대해 소개를 해주는 사랑스러운 책이 있습니다. 메리 앤 섀퍼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라는 책인데요.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줄리엣 애슈턴은 독자들의 인기를 이어갈 다음 작품의 주제를 찾고 있습니다. 어느 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문학회의 회원으로부터 편지가 날아듭니다. 줄리엣이 팔았던 헌 책을 손에 넣게 된 도시 애덤스라는 남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건지 섬에서는 찰스 램의 책을 구할 수가 없다며 런던 서점의 주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 편지를 계기로 줄리엣은 문학회 회원들과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이 독특한 이름을 가진 독서모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일까요? 나치 감시하에 있던 건지 섬의 사람들이 모여 바베큐파티를 한 날, 군인들에게 문학회 모임을 했다고 둘러댑니다. 이들은 들키지 않기 위해 정말로 문학회 모임을 하기로 하는데요. 이 날부터 섬사람들은 모임을 통해 위안을 얻고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줄리엣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결심하고 섬으로 떠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어디 이런 독서모임 없나 찾아보게 될텐데요. 주변에 있는 독서모임에 주저하지 말고 참여해보세요. 함께 읽기를 통해 삶이 변화해나갈 수 있을 거예요.


책 속의 한 구절


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p.22


한 줄 평


북클럽을 통해 위안을 얻고 희망을 이어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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