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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Sep 19. 2021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의사이면서 문학적인 글쓰기를 한 작가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여러 명이 스치고 지나가지만 단연코 한 사람을 고른다면 올리버 색스를 고르겠습니다. 그의 글에 대한 평가로 뉴욕 타임스는 '의학계의 계관시인'으로 부를 정도였는데요. 올리버 색스는 1933년 7월 9일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1965년 미국 뉴욕의 베스에이브러햄 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쉽게도 그가 남긴 작품 중 절반 정도는 우리나라에 번역이 되어 있지 않은데요. 그의 작품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은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입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기이하고 다양한 신경장애 환자들의 임상사례를 탁월한 문학적 감수성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인간의 뇌에 관한 현대 의학의 이해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한 신경의학의 고전입니다. 여느 의학서나 과학서와 달리 인간에 관한 깊은 신뢰와 존엄성을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예술가들에게까지 깊은 영감을 줘 희곡과 오페라로 각색되어 극장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신경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만나서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야기로 기록하였습니다. 병이나 증상 그 자체보다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냅니다. 특히 “나는 인간이 어떤 부분을 상실하거나 손상당한 상태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적응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이 감동을 줍니다.


<대통령의 연설>에서 언어상실증 환자와 인식불능증 환자가 거짓을 판단하는 능력이 월등하다는 흥미로운 사례를 보여줍니다. 언어상실증 환자들이 표정, 몸짓, 태도에 나타나는 거짓과 부자연스러움을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익살꾼 틱 레이>에는 약물 처방으로 주중과 주말의 삶을 다르게 살 수 있는 두 자아를 가진 레이의 사례가 나옵니다. 저자는 ‘역설적이기는 하나 생명체로써 당연히 지니고 있어야 할 생리학적 건강을 잃었기 때문에 레이는 새로운 건강, 새로운 자유를 발견’ 하였다고 말합니다. 투렛증후군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삶이 더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만족스럽게 살아가고 있다고 하니, 나은 선택을 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음악가인 P선생은 구체적 판단이나 느낌을 잃어가고 추상적이고 기계적인 분석만 가능해집니다. P선생은 장갑을 보고 이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표면이 단절되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으며 주름이 잡혀있고 주머니가 다섯 개 달려있다고 말을 하지만 이게 장갑임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구체적인 현실세계는 더 이상 그에게 남아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느낌과 판단이라는 개인적인 것들을 인지과학에서 배제한다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파악하는 능력들이 상당부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저자는 ‘판단’ 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하는데, 과학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상황에 맞는 판단하는 능력이 현재로서는 기계와 인간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 속의 한 구절


물론 뇌는 하나의 기계이자 컴퓨터이다. 그 점에 관한 한 고전 신경학은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우리의 존재와 삶을 구성하는 정신과정은 단순히 추상적 혹은 기계적인 과정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다. 대상을 분류하고 범주화 할 뿐만 아니라 판단하고 느낀다. 따라서 판단과 느낌을 배제한다면, 우리는 P선생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컴퓨터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p.45


한 줄 평


상실과 손상을 겪은 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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