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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Nov 17. 2020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에 대하여

<안나 카레니나>, <총균쇠>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서두는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하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이 문장의 의미는 결혼생활이 행복해지려면 수많은 요소들이 성공적이어함을 말한다. 성적매력, 돈, 자녀교육, 종교 등의 문제에 합의할 수 있어야 비로소 결혼생활이 행복할 수 있다. 그러니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이를 누군가의 성공담에 적용해도 비슷하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가 성공한 이유를 오직 한 가지 요소만으로 찾으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실패 원인을 없앨 수 있는 사람만이 성공에 이를 수 있다. . 



 재래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이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흥미롭게도 가축화에 적용하여 설명한다. 수없이 많은 야생 포유류가 있었는데 이 중 가축화에 성공한 종은 단 14종에 불과했다. <총균쇠> 의 2부에 보면 이를 안나 카레니나 법칙에 빗대어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나머지 대형동물들 중에는 보기에는 가축화에 적합해 보이지만(얼룩말, 페카리) 그렇지 못한 대형야생 포유류는 가축화에 부적합한 한 가지 이상의 이유가 있었다. 또한 여러 요소가 충족되어 가축화에 성공한 가축들은 거의 대부분이 유라시아산이었다. 



 148종에 달하는 전 세계의 대형 야생 초식성 육서 포유류(가축화 후보종) 중에서 겨우 14종만이 시험을 통과했다. 나머지 143종은 왜 떨어졌을까? 그 동물들에 대해 프랜시스 갤턴이 ‘영원히 야생 상태로 남아있을 운명’이라고 했던 것은 어떤 조건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을까? 그 대답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에 부합된다. 야생 후보종이 가축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특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 필수적인 특성들 중에서 단 한가지만 결여되어도 행복한 결혼을 만드려는 노력이 실패하는 것처럼 가축화의 노력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가축화된 대형 초식 포유류는 총 14종이다. 주요 5종은 양, 염소, 소, 돼지, 말 이고 기타 9종은 단봉낙타, 쌍봉낙타, 라마와 알파카, 당나귀, 순록, 물소, 야크, 발리소, 인도소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축화 과정보다는 묘하게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야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설명은 헬렌 피어슨의 <라이프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사회적 불평등과 인간 성장관계에 대한 연구인데 1946년에 시작된 최대 규모의 종단 연구이다. 코호트 연구를 통해 사회의 밑바닥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출신배경의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게 됨을 밝혀내고 있다. 수많은 실패요인을 피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유라시아는 우연적 원인에 의해 많은 유리한 환경적 요인을 갖출 수 있었다. 사람의 경우 역시 결국은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성공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동물보다 더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다. 가축화를 막는 6가지 원인(식성, 성장속도, 감금 상태에서 번식시키는 문제, 골치아픈 성격, 겁 먹는 버릇, 사회적 구조) 외에도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의 예외도 있을까? <라이프 프로젝트>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1970년대 조사에서 부유한 부모를 둔 사람의 소득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보다 25%가 높았다. 1958년 17.5 퍼센트보다 훨씬 높아졌다. 불평등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내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교육에 대한 관심과 개인의 의지였다. 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요즘,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들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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