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리나 Nov 28. 2020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게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모임에서 있었던 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모임의 5주차 주제는 “나는 언제 우울함을 느꼈는가” 였다. 참석하셨던 분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갖는 힘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셨다. 지금도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전율이 기억이 난다.


 어떤 사람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었다. 구조할 사람들이 출동했지만 누구도 그 사람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구조하려고 하던 사람 중 한 명의 말이 뛰어내리려는 분의 마음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그 말은 “무엇이 그렇게 힘드세요?” 라는 질문이었다. 뛰어내리지 말라는 말은 누구나 했겠지만 그 사람에게 왜 그러냐는 이유를 묻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이유를 묻는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일화를  떠올릴 때마다, 사람들이 힘들 때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얼마나 원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의 외로움은 사람을 절망스럽게 만든다.


 이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무런 편견 없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억지로 이해하려 하거나 평가를 하지 말고 그냥 온전히 들어주는 일에서 사람 간 소통은 시작된다. 서로 소통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 어렵기도 하다. 실제로 소통의 부재 때문에 고통을 받는 사람은 가까운 관계에서 훨씬 많다고 한다. 왜 이렇게 사람 간 소통은 쉽지 않은 일이 됐을까.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정작 해야 할 이야기를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괜히 걱정할까 봐, 나에 대해서 실망할까 봐 등 이유는 다양하다. 또 자신이 잘못된 의사소통 방식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고통인 사람도 있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소통의 기본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일은 훈련이 필요하다.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 사람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특정한 선입견이나 고정적인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편견 없이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모임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었던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낮술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