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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Oct 07. 2020

한 글자 에세이 쓰기 모임을 해오고 있습니다.

 
  한 글자 에세이쓰기모임을 3년째 해오고 있다.  글을 쓰고 싶은 분들이 함께 모였는데, 서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각자 쓰고 싶은 글이 다  달랐다. 소설을 쓰는 분도 있었고, 에세이를 쓰는 분도 있었고, 나는 실용적인 글을 쓰고 싶었다. 이처럼 목적이 다른데 어떻게 모임을 해나갈까 고민을 하다가 김소연 작가의 『한 글자 사전』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한 글자로 된 낱말들을 자모순으로 설명하는 글을 모은  책이다. 우리말에 한 글자로 된 단어가 이다지도 많았나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면 ‘힘’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풀어쓰고 있다.

힘을 쓰면 도울 수 있고, 힘을 주면 강조할 수 있다. 힘을 쏟으면 정성을 들일 수 있고, 힘을 얻으면 용기를 낼 수 있다. 힘에 겨우면 좌절하게 되고, 힘에 부치면 감당할 수 없게 된다. 힘을 내면 회복할 수 있고, 힘이 들면 무너질 수 있다. 힘이 세면 상황을 움직일 수 있고, 힘을 기울이면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생각하는 ‘힘’에 대해서 써보았다.  

힘을 내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힘을 빼고 싶기도 하다.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데 여전히 힘이 든다. 어떤 때는 가슴이 한없이 뜨거워지며 힘을 냈다가 다시금  힘이 부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한 글자 주제를 정해 글을 써보면 어떨까 제안을 해보았다. 한 글자를 정해 각자 자신이 쓰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써보기로 했다. 과연 계속 이렇게 글을 쓰는 모임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지만 3년째 계속 한 글자 에세이 쓰기를 해오고 있다. 한 글자 단어는 놀라울 정도로 많다. 매주 정해진 주제어를 가지고, 각자 적어온 내용을 공유하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단어의 의미들을 생각하게 된다.  올 한 해의 한 글자 주제어들은 깨, 화, 장, 초, 결, 갑, 발, 역, 참, 벌, 충, 척, 콩, 팥, 촉 ,명, 닭, 청, 양, 숨, 향, 죽, 삶, 도, 종, 수, 군, 전 등이다.

 한 글자 에세이 쓰기 방식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같은 글자로 다른 사람들이 적어온 내용을 공유하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 단어의 의미들을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음이의어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차’ 라는 단어로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자동차, 마시는 차, (시간)차 등의 각자 다양한 의미로 글을 써 왔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를 듣게 되니 더욱 재미가 있었다.

 둘째, 주제는 정해져 있지만 형식은 열려 있는 구조이다. 주제는 같지만 다양한 장르의 글들을 써올 수 있다. 소설, 에세이, 여행기 등 각자 원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주로 생활밀착형 에세이를 쓰고 있다.

 셋째, 사고의 확장과 글쓰기의 주제를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글을 쓰다보면 좋아하는 소재를 반복해서 쓸 때도 있고 익숙한 내용만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한 글자 에세이 쓰기에서 평소에 생각지도 않았던 단어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성’,‘섬’,‘탑’ 등의 단어가 주어졌을 때는 무슨 내용을 써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처럼 단어가 주어지면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여러 글감과 소재를 떠올리는 훈련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주제가 주어져도 글을 쓸 수 있는 훈련이 된다. 그 단어의 잘 쓰지 않는 의미나 조합이 될 수 있는 단어까지도 생각해보면서 사고력이 확장이 된다.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던 시간만큼 생각의 저장고도 채워져 가는 느낌이다. 농담처럼 한 글자 주제어가 떨어지면 두 글자 에세이 쓰기를 하자고 말하곤 했는데, 한 글자 주제어만으로도 5년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 주제어는 ‘미’ 이다. ‘미’로 무슨 내용을 써볼까. 아름다움에 대한 내용을 쓸까? 아니면 음계 미에 대해서 써볼까? 아니면 미국에 대해서 써볼까? 오늘 밤, 다시 행복한 고민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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