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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Dec 02. 2020

반찬에 반하다

한 가지가 다섯 가지가 되는, 반찬 품앗이 모임


 

반찬에 반하다’_한 가지가 다섯 가지로 되다   

    

  그동안 제가 해왔던 모임 중 가장 특이한 모임이 뭐가 있냐고 물어보면 단연 ‘반반모임’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반반’이란 ‘반찬에 반하다’의 줄임말인데요. 모임의 이름을 이렇게 붙이게 된 계기는 이러합니다. 매일 새로운 반찬을 해나가는 일이 힘에 부칠 무렵, 반찬 품앗이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할 사람이 있을까 싶어 지역 카페에 올렸는데, 너무 많은 사람이 신청해주셨습니다. 총 6명으로 시작한 반참 품앗이 모임은 각자 한 가지 반찬을 5통 해가지고 와서 다른 사람이 해온 5가지 반찬으로 나누어가지는 혁신적인 모임이었습니다. 모임 후기를 카페에 올렸더니 어느 날 쪽지로 신문 인터뷰 신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께 물어보니 모두 좋다고 하셔서 그때서야 모임의 이름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한 분이 “우리 지금 모이는 커피숍 이름을 따서 ‘반찬에 반하다’ 라고 지으면 어때요?” 라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만장일치로 모두가 동의를 하여 모임 이름은 반반모임이 되었지요. 신문에 인터뷰 기사가 나간 이후로 반찬 품앗이 모임 사진을 후기로 올렸더니 그 뒤로 방송 출연 제의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모임 하시는 분들이 방송에 나가는 건 부담스럽다고 하여서 다른 모임 하시는 분을 대신 연결해드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반찬값도 절약하고 여러 가지 반찬을 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줄이기 위해 하기 시작한 모임이었는데 모임하면서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끊이질 않았고, 황당했던 경험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6통에 담을 반찬을 만든다는 게 쉽지가 않아 양 조절을 잘 못해서 실패한 경우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재료를 너무 많이 준비하거나 반대로 너무 적게 준비하기도 했지요. 시행착오가 여러 번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야채의 경우는 엄청나게 많이 샀다고 샀는데 끓는 물에 데치고 나니 말도 안 되게 줄어들어서 양을 채울 수가 없던 적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미나리 초무침을 한 적이 있는데 다듬고 데쳤더니 이게 웬일인가요. 분량이 십분의 일 정도로 줄어들어버렸습니다.      


 또 새로 장만하게 된 주방도구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식당에서나 사용할 법한 도구를 사야하기도 했는데요. 야채를 데치고 삶는 솥도 한 개로 안 되어서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아니, 식당을 차릴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한 숨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새로운 반찬 다섯 개를 나누어 들고 가서 냉장고에 넣을 때는 뿌듯한 마음에 어려움은 금방 잊어버렸지요.       


 모임 전날이면 서로 겹치지 않게 반찬을 정하는 일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고, 늘 같은 반찬만 반복해서 할 수는 없어서 새로운 반찬을 시도하기 위해 요리책을 사서 뒤적이거나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아 헤매었습니다. 쉬울 거라고 도전했다가 고생한 일도 있었습니다. 명절도 아닌데 고기 산적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날, 생각보다 일이 많아서 아이들까지 다 불러 모아서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면서 산적은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요. 깻잎 절임 하던 날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주택에 살고 있었는데, 마당에 심었던 깻잎을 따다가 만들었습니다. 양념장을 만들어 켜켜이 고루 스며들게 발라주었는데 맛을 보고 나서는 내가 만들었는데도 너무 맛있어서 놀랐답니다. 반반모임은 그 후로도 5년여를 했는데 몇몇 분이 이사를 가면서 그만두게 되어 아쉽지만 마무리를 했습니다.  

    

★‘반반’모임의 사소하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운영 노하우     


 “반반 모임에서 제일 민감했던 문제는 비용이었는데요. 매주 돌아가면서 한 명은 고기반찬을 했어요. 고기는 비용이 많이 들고, 채소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만약 이걸 정하지 않고 자율로 맡기면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할 테니까요. 그래서 고기 요리는 돌아가면서 만들게 되면 비용 차이에서 오는 불만이 줄어들 수 있지요. 그리고 야채 반찬의 경우 한 회에 만원 이라는 금액을 정하기는 했지만, 만약 이번에 금액이 넘게 되면 다음에는 좀 더 저렴한 재료를 이용한다는 식으로 자율적으로 정해서 조금씩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만들어나기로 했어요.”            


★ 내가 만든 반찬들 


아래 사진은 5년동안 내가 한 반찬들 중 일부입니다. 서로 겹치지 않게 반찬을 정하는 일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고, 늘 같은 반찬만 반복해서 할 수는 없어서 새로운 반찬을 시도하는 일도 어려웠네요. 소고기 산적을 하던 날은 어찌나 고생했던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아이들을 다 불러서 만들게 했습니다. 하면서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기억이 납니다. 맨 아래 깻잎절임하던 날도 기억나는데, 주택에 살면서 마당에 심었던 깻잎을 따다가 만들었습니다. 양념장 만들때 양파며 야채 써는 게 좀 힘들었고 켜켜이 고루 스며들게 발라주는 일도 쉽지 않았지요. 제가 만들었는데도 너무 맛있어서 놀랐던 (?)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각자 한 가지 반찬을 인원수대로 해와서 나누어 가진다. 이날 내가 한 반찬은 맨 왼쪽에 고기 산적. 다시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다섯 개의 반찬을 나누어 가진다. 




새우 브로컬리 볶음


                                                                


고전적인 소고기 장조림





역시 고전적인 오징어 볶음



나만의 특별 요리, 마 소고기 볶음 




소고기 산적 




소고기 조림 



샐러드 


깻잎 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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