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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Dec 04. 2020

내 아이를 다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수 클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개인의 총기 소유가 허용되는 미국에서 종종 벌어지는 가슴 아픈 사건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총기난사사건이다. 얼마전에도 미국에서 총기사건이 벌어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반성적 성찰을 해볼 수 있는 기록이 있다.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이다. 이 책의 원제를 직역하면 <엄마의 기록> 정도인데 번역된 제목은 강렬한 느낌이다. '가해자' 라는 단어가 이 책의 사회적 파급력을 더 키워준 느낌이다.





 이 책은 1999년 4월 20일 , 미국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건 발생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책으로,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사건의 발생 이유, 사건을 벌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해자 가족들이 겪은 생각과 감정들이 솔직하게 드러나는데, 이렇게 자세히 기록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놀라면서 읽었다.


 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집중하고 있어서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온전히 내 아이에 대해서 안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다.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부모는 자식의 잘못을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문제였다. 수 클리볼드는 사건 이후 학내 총기 살인자의 엄마 라는 낙인외의 모든 정체성은 상실되는 삶을 살게 된다.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는 사실은 그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용서 받기 어려운 일이다. 긴 시간이 지나서 이 책을 펴냈지만 그리고 자신의 명혜회복이나 아들에 대한 변명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면 바로 느낄 수 있지만 쉬운 선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비난과 낙인을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한다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게다가 내가 한 일이 아닌 아이가 한 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미성년인 아이가 벌인 일에 부모는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그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이러한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저자의 진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에릭의 이야기를 쓰는 부분에서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자살 성향을 가진 딜런과 폭력 성향을 지닌 딜런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총기 살인사건의 발화점으로 작용한다. 딜런이 에릭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 모두 에릭만의 잘못은 아니다.


 책의 메시지는 우리가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에게서 변화의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그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딜런의 우울증을 알아채지 못했고 그가 자살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 내가 모르는 존재로 되어버린 아이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까. 결국 아이에 대해 한발짝 떨어져서 지켜보고, 소통을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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