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리나 Dec 05. 2020

말하기를 잘 하려면?

<말하기를 말하기> 

  손재주가 심각하게 없는 나는 손으로 하는 대부분은 잘 하는 게 거의 없다. 그 나마 요리 정도가 손으로 하는 것 중에는 나은 것 같다.  다른 것에 비해 그나마 잘하는 건 대부분 입으로 하는 일이다.  실제로 말을 해서 먹고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동안 18년 넘게 강의를 해왔으니 말하는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잘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내 말하기는 현장에서의 반응과 상호 소통이 있어야만 더 잘된다는 특성이 있다. 말하기도 말하는 환경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특징이 있다. 소규모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1대 1로 이야기하기, 대규모의 대중 앞에서 강연하기, 가르치는 일과 상담하는 일 등. 말하기도 굉장히 다양하다. 나는 이 중 1대 1로 말하기와 소규모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기를 제일 선호한다.  


  며칠 전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찍을 기회가 있었다. 책의 홍보도 되고, 영상을 찍는 일에 관심도 있어서 (한때 책 소개 유튜브를 해볼까 진지하게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지라) 흔쾌히 승낙하고 찍으러 갔었다. 녹화하는 방은 생각보다 좁았고, 기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양쪽에 두 대의 조명, 두 대의 카메라, 작업을 하는 컴퓨터, 테이블 앞에 세워져 있는 대본이 올라가는 프롬프트 등 작은 방이 여러 기계들로 꽉 차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서 앞의 프롬프트를 보며 질문을 나오면 3초 이상 기다렸다가 대답을 하는 방식이었다. 질문 이후 3초를 기다렸다가 답변을 해야하는데 처음에는 이걸 자꾸 까먹고 곧바로 대답을 해서 속으로 5까지 센 다음 답변을 하기도 했다. 나는 미리 작성한 답을 그대로 읽는 건 줄 모르고 답을 문어체로 적어서 처음 리허설을 할 때는 너무 어색해서 적혀있는 대본과 다르게 답을 하려다가 자꾸만 말이 꼬이게 되었다. 


  독서모임을 하거나 강의를 할 때는 말을 버벅댈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영상을 찍을 때는 말이 꼬이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쓰는 와중에  프롬프트를 보고 읽으면서도 이를 어색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하다보니 익숙하지 않아 자꾸만 실수를 하게 되었다. 계속 표정이 딱딱해지게 된다. 나 스스로도 알지만 어떻게 잘 안 되었다. 현장에서는 웃으면서 잘 이야기하지만 영상을 찍으면서 말을 할 때는 웃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피디분이 표정을 좀 풀라고 말하는데, 아. 말을 틀리지도 않으면서 웃는 얼굴로 심지어 유머까지 있게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해야하는 걸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다는 건 알지만 (만약 익숙해지면 이 모든 게 쉬워질까) 이걸 동시에 신경써가면서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상호소통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 좀 더 편한데 혼자서 이야기하는 건 확실히 쉽지가 않다. 집에 와서 혼자서 유튜브 영상 찍어서 올리는 사람들을 보니 새삼 대단해 보였다. 만약 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말을 주거니 받거니 진행하면 훨씬 더 나을까? 1인 방송과 2인 방송도 장단점이 있겠지?  말하기는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도 쉽지는 않음을 깨달은 하루였다. 





 얼마전 읽었던 김하나의 <말하기를 말하기>에는 말하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나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팁은 강연을 할 때 힘을 빼야 한다는 말이다. 정말로 원하지 않는 것에서 힘을 뺄 수 있어야 정말로 힘을 줘야 할 때 힘을 줄 수가 있다.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뺄 수 있어야 말의 리듬이 생겨난다. 리듬이라.. 리듬까지 살릴 수 있으려면 분명 일정 정도의 경지까지 나아가야 하리라. 힘이 들어가면 말하는 사람도 불편하지만 듣는 사람도 힘이 든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강연을 할 때는 긴장이 되기 때문에 힘을 빼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말하기와 글쓰기의 차이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둘 다 똑같이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동일하지만 말은 글과 달라서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는 건 효과가 없다. 저자는 말하기에서 힘을 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도록 완급조절을 하고, 예전의 빽빽함에 비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과감하게 덜어낼수록 강연은 더 좋아졌다고 한다. 임팩트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강연을 할 때 기억할 네 가지 요소가 재미있다.  이것도 꼭 기억해보자. 


종합하면, 강연의 말하기에서 제일 중요한 건 긴장하지 않는 편안한 마음가짐인 것 같다. 물론 강연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분이다. 잘 준비해놓고 긴장해서 강연을 망치지 않기 위해 1. 못해도 괜찮다. 2. 안들으면 니 손해(학 마!) 3. 다 좆밥이다. 4. 유명인도 아무 말을 한다 등등을 새기며 긴장을 풀어보자. pp91~92




매거진의 이전글 집도 하나의 기록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