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리나 Nov 19. 2020

집도 하나의 기록이다

알랭드 보통 『행복의 건축』

  오랜  기숙사 생활을 끝내고 처음으로 살 집을 얻었을 때입니다. 20대 후반 무렵이었지요. 이사를 와서 힘들게 청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는데 방문 너머로 주방에 있는 작은 창문이 보이더군요. 작은 기숙사 방에서 오래 살아서인지 침대에서 창문까지의 거리가 참 멀다는 사실에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처음으로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는 데에서 온 기쁨이었겠지요. 아직도 그 날의 감정이 떠오릅니다. 가끔씩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머무르고 있는 집과 공간의 영향을 얼마나 받으며 살아가는 걸까 라는 질문을 떠올려봅니다. 


 쌍둥이들이 4살이 되었을 때  집을 지어 살아보면 어떨까 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집의 설계를 위해 건축사분을 찾아가게 되었지요.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라고 하시더군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집은 내게 어떤 공간이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어릴 적 살아왔던 집부터 최근의 집에 대한 생각까지 거슬러 올라오면서 집이란 '편안한 안식을 주는 공간' 이라고 의미를 부여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리니 저만의  휴식공간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요.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집은 어느새 노동의 공간으로 바뀌고 맙니다. 그렇다면 휴식과 노동이라는 서로 의미가 상충되는 공간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그래서 더욱 더 나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택에는 지붕 아래 다락방이라는 공간이 생기는데요.  다락방을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이 지어진 후에도 다락방 창문 앞에 책상을 두고 책을 읽었습니다. 창밖으로 들리는 바람소리, 빗소리를 들어가면서요. 





 알랭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에서 건축물을 통해 얻는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장소가 달라지면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사람도 달라진다”는 관념을 토대로 저자는 '행복의 건축'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건축은 개개인의 행복에 기여합니다. 인류 역사 속에서 시대마다 건축물이 가지는 의미와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들려줍니다. 기능적인 건축물과 심미적인 건축물의 비교를 해주기도 하고 우리가 건축물을 보며 가지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설명해줍니다.


 그는 “집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이 스스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며 물리적인 집만이 아니라 심리적인 의미의 집도 필요하다.” 라고 말합니다. 집은 “우리의 약한 면을 보상해주며 마음을 받쳐줄 피난처”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일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취향대로 집을 꾸미고, 그 공간에서 심리적 위안을 얻습니다. 


 집의 관점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택해서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관점의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집이 사람을 지켜보는 존재로 의인화하여 표현을 하는 부분에서입니다.  "집은 연애가 시작될 때에도 관여했으며, 숙제를 하는 것도 지켜보았고, 포대기에 폭 싸인 아기가 병원에서 막 도착하는 광경도 지켜보았으며, 한밤중에 부엌에서 소곤거리며 나누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기도 " 하는 모습으로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  건축물이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의 행복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삶 속에서 행복의 건축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집은 글처럼 중요한 것들을 기록하는 "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일 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안의 창조성을 끌어내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