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함께 책을 읽으시나요?

by 책읽는 리나


책을 읽으면 좋다는 말은 누구나 한다. 하지만 성인의 연간 독서량과 책 판매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최근 독서 문화와 관련하여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바로 독서모임 참여율의 증가이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모임의 인기가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에 독서모임이라고 검색하면 지역별로 다양한 모임들을 찾을 수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독서모임이 가지고 있는 관계적 성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인들은 서로 밀접하게 개입하는 결속력이 강한 관계는 피하려고 하는 반면에 취미를 공유하며 관심사를 같이하는 관계는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본질적 문제는 타인과 외로움을 동시에 두려워하는 거라고 말했다. 타인과 함께 있으면 자유로움을 잃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외면하고 혼자가 되는 순간, 외로울 수밖에 없다. 함께는 괴롭지만 혼자는 외로운 게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성향이기에 쇼펜하우어는 '함께 혼자' 살기를 추천한다. 독서모임의 증가현상은 이런 현대인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올해로 독서모임을 진행해온 지 7년이 되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왜 함께 읽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출발하여 독서모임이 갖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찾아보고자 쓰기 시작하였다.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과 여러 차례 토론을 하며, 그 의미를 분석해나갔다. 그 과정에서 함께 읽기는 사람들에게 치유, 공감, 소통을 넘어서 성장과 연대의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독서모임을 왜 시작하였는가에 대한 질문은 내 스스로에게도 해볼 수 있다. 혼자서 읽어도 되는 책을 왜 여러 명이 함께 읽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을 받을 때면 뭐라고 답을 해야 하나 고민했던 적이 있다. 그럴 때면 독서모임을 처음 시작한 때를 떠올려본다. 7년 전, 처음으로 독서 모임을 시작했을 때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미혹됨이 없다는 불혹의 나이를 한참 넘어섰지만 여전히 삶의 방향성에 확신이 없었고, 세상의 말들에 쉽게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 맞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다. 이런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첫 모임이 시작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각자의 무게만큼 힘들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치유가 되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이 정도 해왔으니 괜찮아요."라는 말을 해주었다. 누군가 모임 이름을 “괜찮아 모임”으로 하자며 농담처럼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그 후 이 년 정도 독서모임을 해오다보니 흔들렸던 생각들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고, 내면도 조금씩 단단해져갔다. 이제는 진짜 독서에 집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독서 모임을 꾸려나가기 시작하였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이를 공유하는 모임을 하나둘씩 늘려나갔다. 모임을 통해 누리게 된 함께 읽기의 매력은 놀라웠다. 가장 큰 매력은 같은 책을 읽어내는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임원이 열 명이라면 한 권의 책은 열 가지 색깔로 재해석된다. 문학 작품의 경우 함께 읽기는 더 빛을 발한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놓쳤던 부분들에 대해서 누군가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면서 문학작품의 해석은 다채로워지고 풍성해진다. 이 과정을 통해 독서의 깊이는 한층 넓어진다. 사고의 그물을 더 넓게, 촘촘하게 치는 효과가 난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거나 알던 내용을 더 자세히 알게 되고,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혼자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되면서 편독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혼자 책을 읽다보면 취향이 맞는 책만을 계속 골라 읽게 된다. 독서모임을 하다보면 내가 골랐다면 선택하지 않을 책도 읽게 된다. 다른 사람의 추천도서를 함께 읽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고의 편향성은 비슷한 류의 책을,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받아들일 경우 생겨난다. 열린 사고방식과 낯선 것들을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능력은 급변하는 미래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태도이다.

함께 읽기는 일차적으로 치유와 성찰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내면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게 되면서 서서히 지금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었고 주변관계에서의 문제들을 극복해낼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소통의 영역을 넓혀준다. 책을 구심점으로 모인 사람들은 평등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위계질서가 존재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만 하는 자리도 아니다. 독서모임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부터 연습하게 된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구성원들은 성장한다. 독서를 통해 각자 가지고 있는 삶의 지혜를 나누고 책과 책을 통해 연결되는 지식을 공유한다. 한 권의 책은 다른 책들과 연결되어 뻗어나간다. 지금 읽는 책 한 권이 내게 무엇을 줄지,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수많은 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모임을 통해 자신만 성장해나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성장을 돕고 긍정적 영향력을 나누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함께 읽는 사람들은 서로 연대하게 된다. 책은 문제를 깨닫고 답을 찾아나가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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