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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리나 Dec 07. 2020

모임을 잘 이끌려면 뭐가 필요할까?

모임 리더가 필요한 자질에 대하여 


 어쩌다보니 십여개 이상의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나 많은 모임을 진행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처음부터 모임을 20개쯤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말이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모임을 하나둘 시작하다보니 급격하게 모임의 수가 많아지게 되었다. 50명 이상이 되는 모임도 있고, 5~6 명이 함께 하는 모임도 있다.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드는데 모임원들과의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라는 관계적인 측면도 있지만(사실 이게 대부분이기도 하다) 그보다 힘든 점도 있다. 모임은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이 있다. 일은 많지만 경제적 보수는 없다. 힘든 일이 생기면 슬럼프에 빠지게 된다.  


 처음 진행했던 모임들은 전부 오프 모임이었다. 모임을 진행하가면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모임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하나하나씩 체득하게 되었다. 그동안 모임을 진행해오면서 생각한 모임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을 생각해보았다. 


 모임장이 갖추어야 첫 번째 조건으로 균형 감각과 중심 지키기를 들고 싶다.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에 보면 베버가 좋은 정치인의 자질로 든 세 가지 중 조건은 열정, 책임의식, 균형감각이 있었다. 이 중 균형감각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거리를 두고 현실을 관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임의 운영자가 정치인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리더는 이런 품성과 자질을 갖추면 좋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사람과 사물에 거리를 둔다는 의미는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갖추는 일은 쉽지 않다. 오랫동안 마음을 다스려야 가능하다.


 중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토론을 하는 경우라면 어느 한 쪽의 의견에 무게를 실어주기 보다는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 상대방의 의견에 귀기울여 볼 수 있도록 분위기를 끌어주는 게 필요하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모임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균형감각을 지켜야 한다. 모임을 하다보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하게 된다.


 두 번째는 모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일관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는 시스템인 것처럼 모임 역시 각자의 욕구가 상이하다. 모임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다 각자 생각이 다른가 싶을 때가 참 많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이 문제때문에 모임을 그만둘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다. 각자 다른 요구 사항을 어떻게 조율해야할까? 매번 부딪히는 문제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입장이나 욕구는 충분히 수렴하되 기본적인 모임의 성격과 규칙은 유지하겠다는 소신을 지키는 게 좋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소신을 지키고, 구성원들에게도 책임감을 가지게 하는 게 필요하다. 모임의 룰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제시해두는 게 좋으며 추가 사항을 수정해나간다.


 세 번째는 일정한 수준의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너무 세부적인 일들에 매달리지 않는다. 사소한 일로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곧바로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다. 하지만 어떻게 하더라도 슬럼프에 빠지는 날이 온다. 모임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하기 쉽고, 모임에 대한 기대가 너무 없으면 허무주의에 빠지기 쉽다. 내가 도대체 왜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을까? 애쓴다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나는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일까? 모임을 유지하다보면 일 년에 한 두 번은 이런 순간이 찾아온다. 나 역시 매년 한 번씩은 슬럼프에 빠진다. 의미없이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이런 고민에 빠져보는 일은 도움이 된다. 나는 이 모임을 통해 무엇을 원하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정립해 나가야 한다. 누구도 이 고민을 대신해줄 수 없다.


 네 번째로 회원들에 대한 독려와 피드백, 소통에 신경을 써야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모임분들과 너무 사사로운 관계를 유지해도 안 되고, 또 너무 소원해도 좋지 않다. 회원들 중 몇 명과만 친분을 유지하는 일은 특히 피해야한다. 나와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을 우대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매분기마다 열성을 가진  회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임에 열정이 있는 분들이 분위기를 끌어나간다면 지속적인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각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어디선가는 문제가 발생하고 갈등상황에 놓인다. 문제상황을 피할 수는 없으니 빨리 평정심을 찾는 게 가장 나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모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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