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하며 지방지방한 생활 2

만국의 미니멀리스트들이여, 간소하라!

by 떠돌이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이후로, 아직도 집안을 둘러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고수들의 미니멀 인테리어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그래도 꽤 여러모로 간소화되었다. 여전히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뭘 어떻게든 정리하거나 없애지 못해 동동거리는 부작용이 있긴 하다. 아! 하나 더. 손빨래가 늘었다. 샤워를 하며 간단한 것은 손빨래를 한다. 아끼던 책들도 몇 차례 중고서점에 팔았지만, 곧 한번 더 시원하게 내어놓을 생각이다.

더 가벼워진 삶을 위하여.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과거의 맥시멀 리스트였던 나를 되돌아보면 장족의 발전이다.

다만 요즘은 급격한 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옷이 좀 늘어났는데, 사는 만큼 비우거나 미련 없이 버리고 있다. 더불어 나는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물건을 받고 하자 확인을 하며 상태를 체크하여 옷장에 정리하기까지의 괴로움을 겪으면서 쇼핑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 고로 요즘 옷 스타일을 보자면 대충 이렇다.


1. 상하의 : 재킷을 입으면 신경 쓴 것 같아 보일 수 있는 평범한 윗옷과 바지. (유행하는 커팅 진도 포함, 구두 신고 재킷 입으면 엄청난 공식석상이 아닌 웬만한 자리는 커버 가능)

2. 원피스 : 단벌로도 괜찮고 화려한 패턴이라도 단색의 재킷을 입으면 끝!

3. 신발 : 통굽의 슬립온, 혹은 굽 낮은 구두 2~3켤레, 운동화와 겨울 부츠. 예전 신발을 세어보니 50켤레가 넘는 지네형 인간이었는데 이사 오면서 안 신는 것은 과감히 다 버렸고 비싸도 안 신어지는 신발들은 닦아서 기부하며 싹 정리했다. 캐주얼이나 포멀 한 옷에 신어도 되는 신발은 같은 디자인을 여러 개 사서 돌려가며 신는 방법으로 오래 신는다.

4. 가방 : 격식 있는 자리에 들 2개의 고가 백, 막 들고 다니는 2개의 가방. 생각해 보니 10년 정도 사용한 듯한데, 닳은 부분은 가죽용 페인트를 사서 붓으로 발라 계속 쓰고 있다. (내부는 물세탁이 안돼 매우 더럽다.ㅜㅜ)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의 카페를 추천한다.

http://cafe.naver.com/simpleliving

간소한 삶에 대한 철학은 물론 방법과 정보까지 무궁무진한 곳으로 미니멀 라이프의 노다지 같은 곳이랄까.

카페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과 회원 간 사소한 분란까지 조정해 나가려는 운영진의 노력이 돋보이는 괜찮은 카페이다. 무엇보다 요즘 카페 대문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여자라면 옷은 물론, 화장품까지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게 된다. 방법은 카페에 너무나 많으니, 나의 경우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보면 이렇다.

20대 동안 꾸준히 음주와 흡연을 해 온 결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으므로 피부는 나이만큼 늙고 지쳤다. 20대 때는 좋다고 하는 많은 화장품들을 사고 발랐다. 면세점부터 온라인까지, 저렴이부터 고렴이까지. 코덕중의 진정한 코덕은 기초 코덕이라지 않던가!

좋다는 크림, 팩 꾸준히 해봤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이너뷰티이다. 잘 먹고 잘 자면 낯빛이 달라 웬만한 결점은 커버되고 건강해 보이는 피부가 된다. (이건 사실 지금도 잘 못하지만)

화장품의 가짓수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좋은 거 발라봤자 별 소용없다는 것을 시간, 돈 써가며 깨달았기 때문이다. 색조의 경우, 미니멀 라이프 실천 이후 간소함을 거듭하여 세상 나보다 간결한 파우치는 드물 것이라 본다. (사족을 달자면, 정말 얼굴을 좋게 만드는 기초들이 존재하긴 한다. 제XXX 마스크, 랑X 로즈.....등 이런 것들은 가끔 쓰면 안색이 달라 보일 정도로 효과가 있다. 나도 중요한 날 가끔씩 쓴다.)


1. 기초 : 세안 후 바셀린, 코코넛 오일 (혹은 아무 오일이나), 크림 등 있는 것 중 아무것이나 바른다. 셋 다 헤어 에센스로도 겸용 가능하므로 뭘 더 늘일 필요가 없다. 바르는 방법이 중요하다. 조금씩 넓게.


2. 피부 메이크업 : 톤 업 선크림 하나 끝. 당연히 나도 예전엔 유명한 파데, 쿠션 모두 사용했다. 얼마 전까지 가지고 있던 쿠션 리필까지 자매님께 나눔 하면서 이젠 정말 하나도 없다. 의외로 남들은 내 피부가 어떤지 모르고 관심도 없다. 잡티가 많은 분이라면 컨실러 정도 사용하면 되겠다.


3. 색조 메이크업 : 아이브로우 펜슬, 아이라이너, 볼 블러셔, 눈썹용 섀도 갈색 1, 눈 음영 섀도 진한 브라운 1, 섀도 용 붓 2자루, 마스카라 끝. 대 하서 필통에 다 들어가는 사이즈다. 당연히 메이크업 시간도 10분 정도. 볼 블러셔 역시 브러시를 사용하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어찌어찌 손으로도 되므로 파우치 간소화를 위해 사지 않고 있다. (다만 손이나 에어 퍼프로 바르면 닳는 속도가 빠르다.)


이렇게 화장해도 아무도 대충 한 줄 모른다. 팁은 눈 화장 공들여 하기 ^ ^ 가끔 립도 바른다.


샤워도 베이비용 탑투토 하나로 끝. 메이크업까지 이걸로 지운다. (진한 화장은 비누나 오일 사용)

요즘은 염색모라 트리트먼트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사실 현재 가지고 있는 제품을 다 소진하면, 아무것도 없이 바디 브러시 하나로 살아 볼 계획이다. 욕실에 빨랫비누 하나, 바디 브러시 하나 이렇게만 놓고서. 요즘 티브이에 나오는 "숲 속의 작은집" 보다 더 간소하게 말이다. 실제로 그렇게 무위한, 최소한의 생존만을 위한 삶을 살아보는 것이 꿈이기도 하고, 실제 비슷한 공동체가 세계 곳곳에 존재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발적 가난을 기꺼이 선택하여 덜 노동하며, 자신의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쓰는 삶.


무튼, 미니멀 라이프의 유용성과 그 간소함에서 오는 편안함을 알아버렸으므로 다시는 과거로 퇴보하지 않으리! 하는 것이 나의 오랜 생각이다. 그러므로 다수의 공익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요즘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로 핫해진 문유석 판사님의 글을 빌어 감히 주장해보고 싶다.


만국의 미니멀리스트 들이여 간소하고 간소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트렌드에 뒤떨어진다는 세간의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깃털 같은 가벼움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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