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떠돌이 Feb 25. 2019

Authority의 중요성

오리온 맥주는 맛이 없었다

Authority. 뜻 ; 저자임

강신주가 말했다. 모든 것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에서 나오는 것임을. 직접 경험한 자 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법이라고.




오키나와에 갔다. 음, 백수고 비행시간은 짧고 날씨가 따듯하다고 해서. 또 일본 하면 떠오르는 미식의 장면들이 있기에.




나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짝남 강신주 작가를 잊겠다고, 탈덕하겠다고 했지만 질리도록 듣고 읽은 그의 말과 글들이라 어떤 이야기를 하던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젠장. 마음이 이렇게 마음대로 안된다. 잊기로 한 님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 무튼, 나는 그가 말하는 '직접 해보는 것,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것이 Authority'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고, 그 말이 내 여행의 방향을 크게 바꿨다. 구경꾼에서 주인공이 되는 것. 거창할 것은 없다. 그냥 내가 해보고 내 느낌을 아는 것이다. 쉬운 이해를 위해, 그의 강연 내용을 잠시 되새겨보자면


남들이 홍대에 줄 서서 먹는 파스타집에 갔는데 맛이 없어요. 어? 남들은 맛있다는데 이게 맛있는 건가? 나는 맛이 없는데. 내 입맛까지 의심을 하게 된다니까? 그런데 내가 평소에 파스타를 이 집 저 집 자주 먹어봤다면 단번에 알 수 있어요. 여행도 같아요. 남들은 파리 센 강이 좋다지만 템즈강, 센 강 여러 곳을 가보면 답이 나오겠죠. 어? 난 거기 별론데? 더럽고 냄새나던데? 이건 직접 가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겠죠. 남들이 그렇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다고 느끼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나예요.



남들 가는 곳은 안 가겠다던 나였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였다. 늘 누워있던 싸구려 게스트하우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걷고 또 걸었으며, 모르는 길을 지도 없이 다녔고, 모르는 메뉴를 먹었고, 남들이 다 보는 곳은 물론 남들이 안보는 곳까지 열심히도 다녔다. 내 생애 없을 부지런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백수가 된 후 첫 번째 여행을 마쳤다.


두 번째 여행, 오키나와에선 일본이니만큼 원 없이 생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보통 식당에서도 맥주를 팔기에 항상 메뉴와 함께 맥주를 곁들였다. 아.. 그런데 이럴 수가.

오키나와의 생맥주라는 오리온 생맥주는 우리나라 페트병 맥주보다 맛이 없었다. 내가 이상한가 싶어 일행의 반응을 물어보니 마찬가지. 게다가 민가라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 심지어 길에서 반딧불이도 보이는 북쪽의 숙소에서 유일하게 가까웠던 식당 겸 술집인 야마찬의 메뉴도 하나같이 맛이 없었다. 오코노미야끼엔 가쓰오부시가 없었고 겉은 타고 속은 덜 익었다. 힝.. 여기 일본 아냐? 벽에 붙은 기사들은 이 집이 분명 맛집이라는데. 야구부들이 여기 훈련을 위해 오면 이 식당에 들른다는 내용의 기사들. 나는 그 모든 것들이 왠지 일본의 인사치레 혹은 예의 차리기 같기만 했다. 야구부원들, 여기 정말 맛있었나요?? 아님 코치님 아는 집인가요??

(추천 메뉴 포함 5가지 정도를 시켰지만 전부 그저 그랬다.)


나에게 실망을 주었어요 야마찬



중부지역에선 숙소 근처에 맛집들이 있었다. 작은 섬이라 그 구역이 길지도 않아 찾기 쉬웠다. 구글 별점을 찾아봤는데 한글로 쓴 후기 중 이토록 맛있는 꼬지 집이 없다는 말에 또 한껏 기대를 하고 갔지만 휴무일. 이틀을 참고 기다려 영업일 첫 손님으로 가서 당당히 꼬지 모둠과 오리온 생맥주를 주문했더랬다. 읭? 일행과 눈이 마주쳤다. 이거 오리온 생맥주 맛 맞나 봐. 같은 맛이야. 아 맛없어. 아앜............ㅜㅜ 진짜, 진짜 맛이 없어서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안주고 뭐고 다 다시 시켜봤지만 다 그저 그렇다. 구글리뷰들이 이상한 건가 입맛이 다른 건가 내가 이상한 건가 당최 알 수가 없이 이어지는 이 오묘한 상황.


자, 출국을 위해 드디어 국제거리가 있는 나하에 도착했다. 국제거리에 오픈한 이치란 라멘에서 생맥주를 시킨다. 느끼한 라멘과 함께 먹는 생맥주의 맛이란! 오!!!!!!!! 우마이!!!!!!!!!!!!!! 그런데.. 풍성한 거품 아래 맥주 맛은 비슷하다.


아, 몸소 깨달았다. 이런 게 바로 Authority라고 하는 거구나. 블로그 정보에 의존해 내 돈과 시간을 한참 들여 나는 다시 한번 그의 말을 실감했다. 내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내 경험은 온전히 내 것이며 그 모든 것이 나를 이룬다는 것.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가 나를 결정한다는 것과 그 모든 것이 나라는 것.


이치란 라멘 (계란 추가, 밥 추가, 파 추가 추천합니다.)


같은 일본이라고 해서 오키나와에서 오사카 수준의 맛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문화는 물론 풍토와 식생도 달라 사실은 같은 나라라고 보기에도 어려울법한 오키나와라는 땅에서 입맛을 찾아보는 것 역시 좋은 여행이 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키나와 정식이라고 하는 것을 여러 번 먹었는데, 이건 사실 맛이 없지도, 있지도 않은 애매한 느낌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이렇게 또 나는 내 인생의 경험 하나를 채워간다.

1. 오키나와 오리온 맥주는 내 입맛에 맞지 않고

2. 여행에서 먹는 것이 주는 즐거움이 크며, 그것 여행 전체의 즐거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게 바로 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잊지 않기 위한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