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쌀국수, 딤섬 혹은 만두, 밀크티, 라마섬에 간다면 FUKEE
어느 날 갑자기 중국음식에 빠진 내가 너무 맛있게 먹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이면 먹는 세 가지 음식, 바로 위 3가지다. 식당 불문, 장소 불문. 일단 보이면 들어간다. 남들 따라 어딘가를 가거나 유명세를 타서 웨이팅이 있는 곳은 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기다리는 거 싫고, 발이 아프더라도 저 세 가지를 먹기 위해선 없던 인내심도 만들어냈다. 줄이 길어도 합석 문화다 보니 웨이팅이 있더라도 한자리 나면 긴 줄을 제치고 내가 먼저 통과! 그래서 기다리는 일도 적다. 이럴 땐 새삼 혼자 여행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먹고 싶으면 마음대로 먹고 게으름을 부리기도,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것도 모두 내 자유다. 누군가를 신경 쓰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식사에서도 통용된다.
예전엔 고수도, 중국음식의 요상한 냄새도 청나라 향기랍시고 못 맡았는데.. 이젠 없어서 못 먹게 되었으므로 이 모든 요소가 다 갖춰진 운남 쌀국수는 내게 정말 정말 환상의 음식이었다. 신서유기 나온 곳은 물론 현지인들 가는 집, 홍콩대 학식으로도 먹었는데 모두 만족스러웠다.
가본 곳은 성림거 (신서유기 나온 곳 본점, 분점), 교향원, 라마섬 어느 식당, 남기 쌀국수 여러 지점들, Shau kei wan 역 로컬마켓의 어느 식당
성림거 침사추이 1층 점
주로 먹은 토핑은 차돌박이에 여러 가지를 추가해 보았고, 늘 고수와 파 많이 사천 칠리 추가했다.
맵기는 이상하게 같은걸 선택해도 그날그날 달랐다. 기본적 약간의 신맛이 있으므로 No sour 선택해도 무난.
성림거 3층 점 (신서유기 나온 곳)
성림거를 보면 구글 리뷰에 온갖 악평이 나오는데, 아마 그 진원지가 여기가 아닐까 싶다. 위생상태가 불량하다. 그래도 그냥 잘 먹었다. 국물에 젖은 종이가 같이 나오는데 (그냥 빼고 줘도 될 것을..) 그게 국물에 다 젖어 있는 채로 서빙되고, 직원들 손이 거의 국물에 빠져있어 악평을 듣는 듯한데 이건 1호 점도 마찬가지. 국그릇 주변에 너저분한 것도 3호점이 좀 더 심해서 시각적으로도 더 그렇게 보이긴 한다.
두 집은 같은 집인 것 같으나 차이가 있다. 심지어 메뉴판도 조금 다름.
3층점은 면이 좀 많고 1층점은 면이 어디 있나 싶게 거의 없다. 그리고 3층점이 훨씬 넓다. 그러나 개인 여행자라면 1층점 추천해요.. 개인적으로 1층점이 더 맛있었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식당 종업원들의 불친절은 긴 노동시간에서 나오는 것이라 하니 조금은 이해를 해 봅시다. (역할분담이 확실히 돼 있어서 그런 걸 지도. 날 보고도 주문서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다른 직원이 주문서 픽업만 전담할 확률이 높음) 공통점은 둘 다 고기 간 것이 많이 들어간 국물을 준다는 점. 국물 많은 탄탄면 먹는 느낌도 들고, 밥 말아먹고 싶은 생각도 들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 그리고 주문실수가 많다는데 내 경우는 몇 번 갔음에도 두 집 모두 단 한 번의 주문 실수도, 계산 착오도 없었다.
차돌박이 토핑 (Fatty beef)를 선택하면 정말 차돌박이가 한 움큼 나와서 너무 좋았고, 한 그릇 먹으면 지방과 탄수화물의 조화로 배가 불러서 하루 종일 배가 안고파서 자동 다이어트되는 효과가 있었다. 차돌박이도 느낌상 1층점이 더 푸짐하게 나왔다. 토핑이 너무 많으면 국물도 넘치고 다 먹기 어려우니 2~4가지 정도가 적당함. 나는 늘 차돌, 갈빗살, 미역, 목이버섯, 두부피, 유부볼, 소시지 등등을 섞어 시도해보았다. 모두 만족스러웠다.
교향원 -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근처 (구글 지도 보고는 찾기 어려울 수 있음, 내리막을 바라볼 것)
구글 보고 갔다가 휴일이라 우울했는데, 반쯤 열린 문으로 살짝 보니 직원분이 오늘은 쉬고 내일 11시 오픈이라 말해주었다. 현재는 구글 정보가 수정된 상태이며 11시부터 밤 10시까지. 특징은 국물이 담백했으며 토핑 양은 좀 적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하다. 영어 메뉴 가능하며 여자 직원분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아래 작은 사진 두 개는 음력설이라 정말 문 연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간 곳인데 45번 탄탄면을 시켜보았다. 성의 없음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그럼에도 문 연 곳이 없다 보니 맛집으로 착각할 만큼 긴 줄을 볼 수 있다. 대부분 설에는 서비스 차지를 5~20%까지 받는데, 로컬 맛집은 한 번도 10% 넘게 받는 걸 본 적이 없다. 이 집은 심지어 20%를 받았는데 맛이 없었다..ㅜㅜ
* 주의하자. 음력설은 우리와 날짜가 같고, 정말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으며, 그나마 문 연 곳은 물가가 오른다. 그러나 설 퍼레이드 같은 구경거리는 볼 수 있으므로 미식 VS 지역 볼거리는 선택사항!
이 사진이 교향원 쌀국수
라마섬 어느 식당
위의 양배추 토핑에서 불맛이 났지만 국물이 맹탕이었고 성의 없는 맛이었다. 역시나 서비스 차지를 받았음. 신년이라고 20%!! 잔돈 맞추어 돈을 준비했다가 당황했다.. (메뉴판이 있어서 사진을 추가합니다.)
남기 쌀국수 여러 지점들 - 한국에도 생긴다고 광고가 되어 있었음!
한글 메뉴가 있는 곳도 있었고 곳곳에 있어 아무데서나 들르기 좋았다. 청결도나 모든 면에서 가장 괜찮았고, 앞자리 꼬마가 토마토 베이스의 동그란 면을 먹고 있었는데 그 면을 고를 수가 없었다. 메뉴에 있는 면 종류를 모두 시켜 보았지만 적정한 굵기의 바로 그 면발은 한 번도 안 나옴.. 매운 거 못 먹는 사람들도 맑은 국물 베이스, 토마토 베이스가 있으니 좋고, 특징은 저 김치 같은 고명이 매우 맛있었다. 달달하면서도 뭐라 표현하기 애매함. 번호표가 뜨는데 받아갈 때 고수 넣어달라고 하면 인심 좋게 주방 아주머니들이 파를 한 줌씩 더 넣어주셨다.
추천 메뉴에 이 집 특제 스프링 어쩌고 저쩌고.. 는 긴 어묵이었다. 심지어 어떤 곳은 영어 메뉴에 한글 메뉴가 있는 곳도 있었다. 지점마다 다른 듯.
Shau kei wan 역 로컬마켓의 어느 식당
트레킹을 끝내고 마신 술에 반쯤 취해 해장 겸 들어간 식당인데 현지인이 많았고, 맛도 괜찮았다. 그냥 지역 근처 국숫집 아무 데나 검색해서 들어간 곳. 너무 피곤해서 그냥 앉고 싶었던 상태라 구글 검색으로 갔는데 영어 메뉴가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무난하였음. 특징은 토핑을 고르지 않고 그냥 소고기 쌀국수, 무슨 쌀국수 이런 식으로 시키는 시스템에 국물은 조금 맑으며 담백하고, 잘 익은 무가 들어있다.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내 요청에 친구가 홍콩이 자기에겐 힐링의 도시였다며, 물가도 싸다고 했는데 그게 약 4~5년 정도 전이라 지금은 다르다. 1 홍콩달러를 150원이라 치면 기본 국수가 6000원 이상이고, 현지 물가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내가 갔던 설 시즌은 숙소도 엄청나게 비쌌으니.. 감안하여 예산을 짜면 좋을 듯하다. 화폐단위가 작다 보니 생각 없이 지출을 하게 되는데 거의 하루 1식만 했던 나도 계산해보면 지출한 금액이 생각보다 늘 많았다.
아, 마지막으로 홍콩대 학식 사진 투척. 생각하니 침 고인다. 이미 홍콩대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었지만 한층 위를 올라가니 바로 위층에 진짜 학생식당 느낌의 식당이 있어 지나치지 못하고 또 먹었는데도 맛있었다. 그리고 옆자리엔 매우 매우 잘생긴 청년이 앉아있었다. 옥토퍼스 카드 결제 가능하며 영어 가능, 토핑 고르는 것도 가능!
밤을 새우고도 잠이 안 와서 글을 쓰다 보니 오타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음식 사진들을 보니 잠이 확 달아났다. 남은 음식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