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떠돌이 Feb 02. 2019

내가 미쳤지

설에 홍콩에 오다니

대륙의 기상은 끝없이 뻗어 나가는 법. 이 구륭 반도와 홍콩섬까지!




몸이 근질근질했다. 또 병이 도진 것이다. 떠나야 하는 병. 그런데 게으르긴 또 엄청 게으른 인간이라, 항공권과 처음 머물 숙소만 끊고 짐도 직전에야 싸고 계획은 하나도 없었다. 걸음도 행동도 느리고 게을러 남들 2박 3일 다녀오는 홍콩을 보름으로 잡았다.


비싼 물가 덕에 포털에 한인 도미토리를 검색해서 제일 먼저 뜨는 곳으로 예약했다. 사진과 다른 건 둘째치고 시설이 딱 방콕의 160밧짜리 도미토리다. 아무리 땅값이 비싸도 베개에 누런 얼룩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땟국, 구멍 난 시트까지 용납해야 하는 건가. 첫날부터 울고 싶고 집에 가고 싶어 졌다. 방안의 투숙객들이 모두 나와 같은 맘이었다. 기대까진 안 했지만 이렇게 엉망일 줄 몰랐다고 나도. 아 엄마...ㅠㅠ


머무는 날이 길어 비자를 받아 중국 국경에 다녀오려다 비싸고 복잡한 비자 대신 임시체류증을 받아 갔다 오려고 했는데.. 잘못 생각했다. 우리의 설이 곧 대륙의 설이 아니던가!! 홍콩도 이런데 으아.. 대륙 본토, 그 인파를 내가 감히 감당할 수 있을까?

지하철을 한 번도 단번에 탄 적이 없다. 강남보다 스무 배 아니 이백 배쯤 많은 인파

화장실을 못 찾을 것 같은 두려움에 바깥에선 물도 조심히 마셨더니 며칠 동안 오줌이 갈색일 정도로 탈수가 제대로 온 듯하고, 도미토리에선 새로운 코 골러 등장에 밤을 새웠더니 눈이 침침 건조 건조한 것이 얼굴은 푸석쓰.


큰 맘먹고 들어온 스타벅스는 인구밀도 최고에 주문 줄이 한참, 화장실을 물으니 열쇠가 하나라 이미 누가 가져가서 없다는데, 운 좋게 때마침 돌아온 열쇠. 그러나 화장실 가는 길은 건물 밖으로 나가 또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 옆 건물로 들어가 또 줄을 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6층에 내려 화장실 문을 키로 열고 갔다 돌아와 다시 키를 반납하기까지 정말 멀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집에 가고 싶어 으흑 엄마아..ㅜㅜ


내생에 가장 붐비는 스타벅스는 바로 여기 몽콕, 홍콩


매거진의 이전글 백수의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