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와 홍콩 여행이 미치는 영향
나는 댕댕이를 좋아한다. 고양이도 좋아한다. 대부분의 털 있는 동물들이 좋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쇼핑도 신중함을 기하는 나를 여행 중 심각하게 흔들었던 것도 홍콩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 모양의 가방이었다. 사람만 사랑하는 (그렇지 않은 귀요미들도 있다만) 그 깜찍한 생명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모형이라도 소유하고 싶은 나는, 여행 중에도 여러 댕댕이와 고양이를 만날 때면 주인들의 허락을 받아 사진을 찍기도 했다.
트램이나 버스를 타고도 몇 번을 지나치기만 한 이쁜 장소가 있었다. 음력설을 기념하는 홍등 거리였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늘 지나치기만 할 뿐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다. 오늘 종일 홍콩대학 투어를 한 후, 통유리로 야경을 감상하는 건물에 갔는데 강풍으로 인해 안전상의 이유로 이용이 불가했다. 실망하기 이르게 눈앞에 늘 지나치던 그 거리가 있었다. 바로 이렇게.
너무 이쁘고 아름다웠다. 풍경에도 감탄이 잘 안 되는 체질 이건만 이 홍등과 거리의 조화는 너무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돼지해를 기념하는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모두들 열심히 가족과 연인 혹은 친구와 사진을 찍었고 그 사이에는 강아지 한 마리도 엎드려 있었는데 주인이 곁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순한지 움직이지도 않는 녀석. 다리를 쫙 펴고 있어서 아.. 관절에 안 좋을 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너무 귀여워 가까이 가보았다.
주인에게 나이를 물으니 16살 이란다. 주인이 6살을 잘못 말한 건가 싶었다. 나는 보드랍게 강아지를 만졌지만 강아지는 힘이 없었다. 피곤한가, 잠이 오는 것 같았고 내가 잠깐 만지는 동안 주인이 미안하다며 강아지의 눈을 닦아주었다
다시 벤치로 돌아와 다리를 쉬며 자세히 보니 그녀는 혼자였고, 연신 강아지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멀리서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았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16살. 다리를 쫙 펴고 움직이기 어려운 듯 가만히 있는 노견이었고, 옆의 케리어는 동물 케이지였다. 무지개다리를 건널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테고, 그걸 잘 아는 주인은 연신 예쁜 추억과 좋은 기억을 만드는 것 같았다. 강아지는 지쳐 보였지만 사진을 찍는 그녀와의 세월을 내가 어찌 감히 짐작할 수 있을까.
옆자리엔 여행에서 만난 동생이 있었다. 무심히 내가 말했다.
노견이 맞네요. 무지개다리 건너겠지. 그전에 좋은 추억 만들러 왔나 봐요.
너무 슬픈 이야기네요.
저 주인은 너무 슬프겠다.
무지개다리 건너고 주인을 기다린다잖아요.라고 답을 할 때도 별 생각이 없었다. 그냥, 연락을 끊고 살아 건너서야 듣게 된 언니의 노견이자 내가 사랑했던 복이가 생각날 뿐이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복이도 저 어디서 이젠 편해졌겠지 하면서. 그런데 나는 못 본걸 동생이 말했다.
언니, 저것 봐요. 설이라고 꼬까옷 입혀 나왔네요.
다시 그들을 보았다. 정말 강아지는 한복과 비슷한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있었다.
곧 자신과 이별할 한 생명과의 추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과 꺼져가는 생명.
필사적으로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때문일까 이별이란 게 슬퍼서일까, 나이 든 강아지가 그저 애처로워서 일까 아님 내가 소식을 들었을 땐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던 언니네 복이 생각이 나서였을까
저 말 한마디에 거리에서 주책없이 눈물이 났다.
설이라고 꼬까옷 입혀서 나왔네요.
꼬까옷.
둘 모두 모두 서로에게 오래오래 행복으로 남길.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여행 중 처음으로 비가 왔고 나는 그 길을 울면서 걸어왔다. 그냥, 정말 그냥 너무너무 슬퍼 눈물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