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고 조용한 분노로 쓰인 한 의사의 슬픈 서사 - 이국종의 골든아워
나는 어디까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아버지는 답이 없었다. 그가 누운 자리는 평안해 보였다. 영면한 아버지의 자리가 부러웠다. 그러나 나의 끝도 멀지는 않을 것이다. 서글프도록 허망하기는 했으나 산 날들이 대개 온전하지 않았으므로 그 사실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골든아워 2권 305p>
이미 예정된 일들을 최대한 티 내지 않으면서 해나가는 것은 고역이었으나 직장생활이므로 그냥 했다. 권역외상센터가 가시화되면 모든 것이 조금은 나아지리라 생각했다. 멍청한 착각이었다. 눈 때문에 생긴 내 공백을 정경원과 남아 있는 사람들이 몸을 던져 꾸역꾸역 메워나갔다. <골든아워 2권 163p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