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우 작가'에서 '에밀 아저씨'까지
'고등어 케밥'을 알게 된 것은 '소나무 사진'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님 덕분이었다. <빛으로 그린 그림>이란 책이 출간되었던 2010년 6월 헤이리에 위치한 스튜디오에 독자 몇몇을 초청해 만남을 갖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마침 '헤이리'에 내내 가보고 싶었던 나는 이 그럴듯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참여했다.
직접 설계했다는 스튜디오. 그 공간 안에서 사진 작업을 어떻게 하고, 그 간의 작품 혹은 작업물들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소개하셨다. 자그마한 침실과 커다란 주방을 가진 작가님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는데, 손수 준비했다는 '고등어 샌드위치'의 맛이 압권이었다. 바게트 안에 오븐에서 구워냈다는 기름기 쫙 빠진 고등어 한 덩이가 들었을 뿐인데, 희안할 것 같은 그 조화가 어찌나 맛있던지. 그 때, "터키에서 먹어봤는데"라는 이야기를 덧붙이셔서 '터키에 가면 고등어 샌드위치를 먹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 혹시나싶어 '배병우'와 '고등어'를 동시에 검색해보니 레시피까지 나온 기사가 하나 발견되었다.
남들처럼 신혼 여행은 휴양지로 떠났어야 했나 싶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남들 하는대로 안 하는 것 먼저 생각하는 내 안의 마이너(라고 쓰고 매니아적 혹은 스페셜이라고 읽어낸다) 유전자를 존중해야지. 하필, 터키였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 모처럼 길게 주어지는 여행기간이니 멀리 가자.
둘. 아시아와 유럽을 한꺼번에 다 볼 수 있지 않겠나.
셋. 세계 3대 미식 국가라는데.
넷. 카파도키아의 동굴 호텔에서 열기구를 꼭 보고 싶어.
다섯. 터키까지 가는데 파묵칼레는 한 번 봐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스탄불에 가서 오리지널 고등어 케밥을 먹어보자!
그렇게 돌아보니 말도 안되는 동선으로 신혼여행 계획을 세웠다. 파묵칼레, 카파도키아, 이스탄불 순으로 움직여서 마침내 갈라타 다리에 닿았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연결하는 갈라타 다리에는 낚시꾼들이 즐비하고, 관광객이 북적인다. 그 주위에 상권이 형성되어 이스탄불의 명물이라 불리우는 고등어 케밥을 파는 곳도 숱하게 보였다. 소세지, 닭꼬지, 붕어빵이야 길거리에서 많이 봤지만 뱃전에서 고등어를 구워 수북하게 쌓아둔 모습이라니!
'케밥(Kebap)은 중앙아시아 초원지대와 아라비아 사막을 누비던 유목민들이 쉽고 간단하게 육류를 요리해 먹던 것이 발전한 것으로 원래의 뜻은 '불에 구워 먹는 고기'라고 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흔히 케밥이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얇은 또띠아 같은 것에 고기랑 채소를 넣고 둘둘 말아 먹는 것. 고기 대신 고등어를 넣었으니 '고등어 케밥'으로 불리우는 것일테다.
에밀 아저씨는 맛있어서 유명해졌는지 특유의 풍채와 유머로 SNS시대의 핫스타가 된건지 모르겠지만, 갈라타 다리 일대의 수많은 케밥꾼들 속에서도 유독 인기다. 이스탄불의 오리지널 고등어 케밥을 먹어보려 어떻게 검색해도 너도 나도 에밀 아저씨를 찾아가 먹었다는 검색결과가 나온다. 그러니 '이왕 먹을 것, 나도 한 번' 하는 맘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찾아가 보았다.
얇은 도우와 도톰한 빵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아마도 처음 맛보았던 바게트로 만든 고등어 샌드위치를 떠올리며 빵을 선택했던가. 고등어 길이로 잘라 반으로 갈라 펼친 빵 위에 고등어를 한 덩이 통째로 올리고, 각종 야채도 구워 올리고 향신료를 듬뿍 뿌리면 완성.
직화로 구워진 고등어는 하나도 비리지 않고, 낯선 향신료 역시 전혀 거북하지 않다. 오히려 감칠맛이 확 돌아 레몬쥬스나 콜라를 곁들여 아구아구 먹다보면 한 끼 식사로 거뜬하다. '빵 속에 고등어'라는 낯선 조합은 먹어보면 '왜 진작 생각 못했지?' 싶게 잘 어울린다. 오늘은 시장에 나가 고등어 한 손 사다가 이스탄불 기분을 내볼까. 여행지에서 만난 음식으로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행복의 순간을 담아 놓는 타임캡슐 같단 말이지. 우리에게 '고등어 케밥'은 '신혼 여행'을 담은 캡슐이 되었다.
한국인들이 에밀 아저씨를 얼마나 많이 찾아 갔는지를 반증하는 물티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