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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Mar 04. 2018

천안 병천순대 | 청화집

목욕탕 뒤, 순대집

'휴일의 행복'에 관한 글짓기를 해보라고 백일장 주제가 나왔다 하면, 나는 주저없이 목욕탕에서 개운하게 씻고 나와 뜨끈한 순대국을 한 그릇 비우는 시간을 일기처럼 써내릴 것이다. 그렇게 묘사된 하루는 '행복'이란 단어를 굳이 들추어 쓰지 않아도 된다. 행간에 수증기처럼 행복이 차오를 것이 뻔하니까. 천안 아산 온천 후, 병천 순대를 먹는 코스는 그런 하루를 보내기에 완벽한 코스다.






청화집


여길 첨에 어떻게 갔더라. '병천 순대 마을'로 조성된 언저리를 돌아보다가 삘받는대로 갔던가. 미디어에서 '맛집'이라고 이름 난 가게에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어서 차선책으로 갔던가. <알쓸신잡2> 천안∙아산편에서 황교익 아저씨가 맛집 찾는 비결이 '맛집 옆집'이라고 하시며 찾았던 식당이 이 곳이었던 것은 우연이었을까! 어쨌건 병천 첫 방문 때부터 우리는 <청화집>을 단골처럼 정해두고 찾았다. 혹시나 싶어 다른 가게로 외도하여 기웃대어 보았지만 '청화집만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곤 했다.


예부터 교통의 요지였던 '천안삼거리' 부근에 조선 후기부터 형성된 재래시장이 바로 유관순 열사가 독립운동을 했던 '아우내 장터'다. 병천천과 광기천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두 개의 내를 아우른다'는 뜻의 순우리말 '아우내'. 한자표기화 하면 '병천(竝川)'이 되는 것이니 '아우내 장터'는 곧 '병천 시장'이다.


아우내 장터에 순대가 본격적으로 본격 보급된 것은 1950-60대 근처에 햄 공장이 들어서면서 부터란다. 주재료인 돼지 살코기를 햄의 재료로 사용하고 내장 등 남은 부산물은 장터에 내다 팔았던 것이 '병천 순대 마을'의 시작이 되었다. 1968년 현 위치에 간판을 처음 걸고 출발해 지금까지 4대째 운영하는 청화집이 현존하는 식당중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한다.

(출처 | 연합뉴스 - 푸짐하고 값싼 천안 병천순대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9/19/0200000000AKR20170919136300805.HTML)







순대 한 접시, 국밥 한 그릇


<청화집> 메뉴는 심플하다. 국물을 먹을 것인가, 순대를 먹을 것인가만 정하면 된다. 다만, 국물을 선택해 순대국을 주문해도 넘치는 건더기에 놀라고 순대를 푸지게 먹을 생각으로 순대 한 접시를 주문해도 딸려나오는 국물에 감사할 것이다.


반찬은 단출하다. 김치와 새우젓, 송송 썰어 낸 고추, 소금, 들깨가루가 전부다. 순대국은 그야말로 '한 그릇 음식'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필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호에 따라' 조절 할 수 있는 조미료와 김치만 두는 것이다.  특히 작은 항아리에 담겨 양껏 덜어먹을 수 있는 김치가 달큰하니 맛있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에 계속 집어 먹게 된다.

<청화집>의 순대는 진짜 맛있다. '맛있는 순대'라고 상상할 수 있는 정점의 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짜로 뻥이 아니다. 비린 맛 하나 없이 꼬숩다. 채소와 당면, 선지의 균형도 적정하다. 씹히는 식감은 물론이고 향미와 감칠맛도 조화롭다. 이 순대를 처음 먹은 날, "단언컨대 태어나서 먹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듯한 가장 맛있는 순대"라고 기록해두었다. 첫만남에도 그런 확신이 있었고 이후에도 믿음이 무너지지 않았다.




순대국은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뽀얀 본연의 국물과 얼큰한 빨간 국물. 매운 맛을 좋아하는 분들, 얼큰한 해장을 원하는 분들은 빨간 국물을 선호할 수 있지만 순대국은 순대국답게 오리지널을 추천한다. <청화집> 순대국은 건더기가 푸짐하기로 유명하다. 하얀 밥을 푹푹 퍼서 김치 얹어 먹다보면 배부른 만족감에 '행복은 이런 것이야'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보너스, 천안명물 <학화 호도과자>


아우내 장터 초입에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원조집이 있다. 심복순 할머니의 얼굴이 떡하니 새겨진 <학화 호도과자>가 바로 그 곳이다. 팥의 겉피를 걷어내고 하얀 앙금으로 만들어진 것을 처음 맛 보았는데(온라인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제조법을 설명하고 있다. http://www.hodoo.co.kr/) 최근에는 여느 호두과자처럼 겉피까지 써서 팥색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 하다. 이러나 저러나 물론 맛있다. 아산 온천 > 병천 순대 > 천안 호도과자로 이어지는 완벽한 코스에 마침표를 찍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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