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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Jan 13. 2018

태국 방콕 | 티포차나 T-pochana

바지락 볶음 / 뿌팟퐁커리 / 똠양꿍 / 오징어 튀김

결혼하고 '부부'가 되니, 공연히 함께 여행 다닐 수 있어 참 좋다. 비행기 마일리지도 '가족'으로 합칠 수 있고 말이지. 결혼해도 괜찮을 사람일지는 여행해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연애상담 지론이다. 그의 일상, 위기대처력, 경제 관념, 식습관과 잠버릇까지. 숨길래야 숨길 수 없다.


연애보다 결혼이 좋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신랑이 내게 최고의 여행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함께 여행을 떠날 때 목적지가 정해지면 나는 '버킷리스트'를, 그는 '먹킷리스트(먹고 싶은 것)'를 작성한다. 내가 하고 싶거나 가고 싶은 곳을 열거하면, 주변 식당을 중심으로 그가 하루의 동선을 짜서 움직이다. 때론 그가 먹고싶은 것들로 삼시세끼 동선을 짜고, 끼니에서 끼니까지의 시간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채워 넣기도 한다.


결혼 준비하면서 부터 모았던 마일리지로, 보너스처럼 떠났던 방콕 여행. 여행 호흡이 딱딱 맞아 떨어져 무척 컨디션이 좋고, 들떠 있었다. 나는 "1일 1똠양꿍!"을 되뇌었고, 그는 가고 싶은 식당을 하나씩 클리어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맛의 절정 <티포차나>에 당도했다.







<티포차나 T-pochana>는 '씨푸드 레스토랑'이다. 한국 여행객들이 방콕에 가면 타이푸드의 대표 '푸팟퐁커리'를 먹기 위해 '씨푸드 레스토랑'를 찾곤한다. SNS를 통해 <쏨분씨푸드>나 <쏜통포차나>가 '맛집'으로 정평이 나있기는 하다. 그러나, 자고로, 현지인들의 '진짜 맛집'은 쉽게 검색되지 않는다고 믿는 신랑. '리스펙'하는 블로거 몇 명만 방문기를 올렸다는 <티포차나>를 선택하고 길잡이로 나섰다.


우리가 방문한 시각은 늦은 오후. 점심을 치르고 저녁을 맞이하기 전이라 그런지 커다란 레스토랑 안에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맛있겠지? 살짝 떠오르는 걱정을 애써 누르며 '1일 1똠양꿍' 실천대회를 치르고 있는 나를 위해 똠양꿍 하나, 이것을 먹기 위해 왔으니 '뿌팟퐁커리' 하나, '바지락 볶음'과 '오징어 튀김'은 그냥 궁금해서 시켰는지 먹다가 맛있어서 자꾸 추가해 시켰는지 가물가물하다. 결과적으로 기절하게 맛있었다. 그래서 앉은 자리에서 둘이서 4개 요리를 해치웠다.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싸악- 싸악 긁어서. 그 날의 기록을 꺼내어 본다. 2017년에 발견한 우리 부부 (방콕 부문) 최고의 맛집이다.





바지락 볶음


'바지락'이란 식재료가 내는 감칠맛의 강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그래서일까. <티포차나>의 바지락 볶음은 맛있음이 터지는 음식이었다.  경상도에서 많이 먹는 '방아잎' 맛이 나는 초록풀과 굵직하게 다져넣은 마늘, 태국고추를 넣고 볶아냈다. 초록풀은 아마도 태국 바질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 입 먹고 '아오!'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흰 쌀밥에 자작하게 국물을 비벼 먹으면 끝도 없이 들어가는 맛. 너무 맛있으니 멈출수가 없어 짜증이 다 나는 맛. 신랑은 감칠맛 때문에 먹으면서도 침이 줄줄 나온다 했다.






뿌팟퐁커리


'팟 phat'은 볶다, '퐁 pong'은 가루, '뿌 poo/bu'는 딱딱한 껍질을 가진 '하드 쉘 크렙 hard shell crab'을 의미한다. 껍질이 없다시피 부드러운 '소프트 쉘 크렙 soft shell crab'이 주재료가 되면 '뿌님 punim 팟퐁커리', 새우가 주재료가 되면 '꿍 kung 팟퐁커리'가 된다는 사실.


'OO팟퐁커리'는 그러니까 커리 가루를 넣고 계란, 야채와 함께 주재료를 부드럽게 볶아낸 요리를 칭한다. 코코넛 밀크는 태국 요리 특유의 '숨은 맛'일테고.


<티포차나>의 뿌팟퐁커리는 신선한 해산물이 핵심이다. 손님이 '게'를 직접 선택해, 선택한 재료에 따라 양이나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니 어떻게 맛이 없을 수 있나.






똠양꿍


'똠 tom'은 삶다/끓이다, '얌 yum'은 맵고 신 샐러드를 뜻한단다. '꿍 kung'은 새우. 그러니까 똠양꿍은 이름만으로 풀어보면 매콤하고 새콤한 새우로 만든 국물요리다.


동의할 수 없지만 김치찌개를 똠양꿍에 비교하기도 하는데, 매콤하고 새콤한 국물이라는 공통점 때문이겠지. 그치만 똠양꿍은 김치찌개와 확연히 다르다. '레몬그라스'와 '갈란갈'이라는 식재료가 지배하는 특유의 맛은 똠양꿍 아니면 안되는 맛이다. 맵고, 시고, 달고, 짠 맛이 동시에 돌아 인간이 느끼는 미각을 모두 자극하며, 프랑스의 '부이야베스', 중국의 '샥스핀'과 함께 세계 3대 스프로 꼽히기도 한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던 <티포차나> 똠양꿍의 버섯과 새우. 뜨거운 방콕에서 똠양꿍 한 그릇은 삼복더위에 삼계탕 먹고 보신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그러니 태국 여행 중 '1일 1똠양꿍'은 바람직하다.






인생 오징어 튀김


와, 그리고 이건 진짜 맛있었다. 오징어 튀김이 맛있어 봤자라고 생각하면 천만에. 다진 마늘과 소금을 같이 튀겼나 싶게 짭조름해서 튀김옷이 얇지만 강렬하다. 언젠가 <티포차나>에 다시 간다면, 나는 제일 먼저 오징어 튀김을 골라야지.

이 오징어튀김으로 말할 것 같으면, 먹어 본 '오징어' 요리 중에서도 최고이고, 먹어 본 '튀김' 중에서도 최고이다. 정성을 들인 요리가 아닌 것 같은데 간의 세기나 튀김의 정도에서 엄청난 내공이 느껴졌다.






'우리'의 여행이 끝나고 신랑은 혼자 방콕에 며칠 더 머물며 미식 여행을 하다가 왔다. 그 때 숙소가 <티포차나> 분점 부근이라 몇 번 더 갔다 왔단다.


신랑은 <티포차나> 가러 방콕 다시 가자해도 아마 가자할 것이다.


분점은 본점보다 맛이 쪼오끔 덜 하다는 평. 본점으로 가자. 언젠가, 다시,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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