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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Dec 18. 2017

겨울, 굴이 꿀이되는 계절

천북 굴단지 / 여수 유자가든 / 종로 굴보쌈 골목

바야흐로 굴철이다. 여름까지의 산란기를 끝내고 가을에 살이 차기 시작해 겨울이면 최적의 상태가 되는 굴. 특히 칼슘이 풍부해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운다. <동의보감>에는 '굴은 바다 어물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며, 먹으면 향미가 있고 보익하여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안색이 좋게 한다.' 쓰여져 있단다. 나폴레옹, 카사노바 뿐만 아니라 클레오파트라까지 즐겨 먹었다하니 동서고금 막론하고 유명세가 대단하다.

(*출처 : https://1boon.daum.net/realfood/oyster)


굴의 영양소가 어떠하건, 일단 맛있다. 대체 불가능의 풍미가 있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마력. 찬바람이 매서울수록 생각이 난다. 굴 먹으러 다녔던 기억을 되살려 본다.





천북 굴단지


충남 보령 천북 장은리에 자리한 굴단지. <다큐 3일>에서 천북 굴단지를 다룬 것을 보고 홀린듯이 찾아 갔었다. (*참고 : http://office.kbs.co.kr/mylovekbs/archives/290417) 굴단지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커다란 굴 조형상. 그를 마주하고 굴구이 집들이 바다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천북 굴단지에는 약 70여개의 점포가 있다고 한다.


홍성 방조제 건설 이전, '굴밭'이라 불리우던 갯벌에서 굴을 캐던 아낙들이 모닥불을 피워 놓고 먹던 '굴구이'가 굴단지의 시초. 구이 뿐만 아니라 찜, 회, 밥, 칼국수까지 굴로 응용 가능한 것들을 다들 내어 놓는다. 불 위에 직접 올려 구워 먹는 '구이'는 아무래도 수분이 마르지 않을까하여, 우리는 '찜'을 시켰다. 서비스로 나온 백합과 꼬막을 구워 먹고, 정말 배가 터지도록 한솥 가득 굴을 먹다가 먹다가 오동통한 알맹이만 쏘옥 까서 가져왔었지.

굴 까먹으려면 목장갑 필수. 서비스 소개의 신선도 보소!


먹어도 먹어도 어찌나 양이 많고, 삶아서 쪼그라 들었을텐데도 씨알이 어찌나 굵던지.






여수 유자가든


아직까지 '인생 굴집'은 여기다. 겨울이 다 지나갈 무렵에 찾아가 "굴 되나요?"라고 했을 때, "알이 더 굵고 맛있지, 둘이서 다 못먹을거야." 하셨던 사장님이 진짜 '많이' 주셨던 '커다란' 굴. 그제까지 먹었던 굴은 그저 굴새끼 쯤이었던가 싶게 커다란 크기에 놀라고, 진한 감칠맛에 깜짝 놀랐던 석화의 향연. (천북 굴단지는 '솥'에 찜이 나오고 여수 유자가든에서는 '판'에 나온다는 차이가 있다.)


겨울의 끝물, 굴 하나가 거의 손바닥만했다. 뻥이 아니다.


또 '여수'가 아닌가! 갓김치의 고장! 바다가 펼쳐진 맛의 고장! 전라도. 김치도 맛있고, 별 것 든거 같지도 않은 전이 바삭하니 맛있고, 입가심으로 먹은 죽 한그릇도 참 맛있었다.

전라도는 역시 전라도!를 외치게했던 곁들이 음식들.






종로 굴보쌈 거리


천북이나 여수까지 가면 굴의 참 맛을 느낄 수야 있지만, 참 멀다. 가까운 곳에서 굴맛을 찾고 싶다면, 종로로 가자! 김장하는 날, 엄마 옆에서 한 입씩 받아먹던 굴보쌈의 기억을 반추할 수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물론 엄마 손맛 보다는 조미료 맛이 좀 난다. 좀 아니고 많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우리가 갔던 <삼해집>은 굴보쌈 시키면, 감자탕을 같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치, 돼지고기 수육, 생굴 삼합.



천북굴단지에서 우리가 갔던 집은 <은하굴집>.

무척 친절하셨다.

여수 <유자가든>은 '만석리 해수욕장'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여수 밤바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종로 굴보쌈 거리의 대표맛집으로 검색되는 <삼해집>의 대표 메뉴는 '굴보쌈'이기도 하지만, '감자탕'이기도 하다. 굴보쌈 시키면 감자탕이 딸려 나오니 뭘 시킬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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